#파주여행 2편-'명필름 아트센터' 방문하다
그러나 명필름아트센터에 도착하자마자 유리창 너머로 북적이는 사람들이 보였다. 1층 카페로 들어서자 온 세상 소란이 이곳으로 모여들었나보다 싶었다. 한쪽에는 카페에서 기르는 강아지가 얌전히 앉아있고, 그 강아지를 구경하는 사람들, 굿즈를 구경하는 사람들, 커피를 주문하려는 사람들과 받으려는 사람들. 영화 시작 전까지 얌전히 앉아 커피 한 잔 홀짝이려는 생각은 바로 중단한 채 2층으로 향했다.
'영화 음악' 감상이라는 게 다소 생소했지만 이런 컨셉은 또 처음인지라 두근두근했다. 입장문 앞에 상주하는 직원은 없었지만 어쨌든 5천원이라는 정당한 가격을 지불했으니 일단 들어섰다. 운이 좋게도 감상실에는 나밖에 없었고, 곧 정각이 되면 영상이 나올터였다.
곧이어 영화 영상과 함께 하단에 자막처럼 ost에 대한 설명이 나왔다. 한쪽 눈은 빠르게 지나가는 글자를 보고 다른 한쪽으로는 영상을 보느라 진땀이 났다. 차라리 미리 설명이 나왔으면 좋지 않았을까. 눈으로는 영화의 장면들을 담고 귀로는 영화의 음악을 담을 수 있게.
결국 ost에 대한 설명은 포기한 채, 장면에만 집중하기 시작했다. 익숙한 노래도 영화를 통해 접하니 색다른 기분이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들었던 기현의 "세월이 가면"과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 나오는 "세월이 가면"은 의미하는 바가 다르게 느껴졌다. 전자가 우리 모두의 지나간 세월에 대한 애틋함,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났다면 후자는 좀 더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지막으로 남기는 편지같았달까.
돌이켜보면 특정 노래를 들을때마다 영화, 책, 장소, 사람 등이 떠오르기도 한다. 음악은 때로는 행복하고 때로는 고통스러웠던 추억을 회상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미리 예매했던 영화 상영이 곧 시작된다. 볼 영화는 바로 "이처럼 사소한 것들". 세계적인 작가 클레이 키건의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내용도 모르는 채로 보게 된 영화는 답답하고 먹먹한데 주인공 빌 펄롱의 따뜻함에 괜히 눈물이 날 것 같은 영화였다. 영화를 본 날 처럼 매서운 바람이 부는 한겨울에, 그 바람보다도 더 무서운 사람들 틈에서 버티던 한 여자아이에게 내밀어졌던 거칠고 투박한 손.
비단 한 아이가 아니라 비슷한 처지의 수많은 아이들을 이해하는 손.
좋아하는 좀비 영화 중 하나인 "28일 후"에서 처음 보게 된 배우 '킬리언 머피'. 이처럼 사소한 것들에서 그 연기력이 정점에 다했다고 본다. 언어가 아니라 비언어로 연기하는 배우. 눈빛 하나하나 빌 펄롱 그 자체였고, 그 안에 고민, 후회, 자책, 슬픔이 모두 담겨있으니 관객을 영화가 아니라 현실로 끌어당겼다.
'파주출판단지'라는 특수한 산업단지 안에 '명필름아트센터'가 있다는 게 왠지 우연은 아닌 듯하다. 책과 영화. 사람과 세상을 보는 눈과 감정을 키워주는 것. 명필름아트센터는 단순한 영화관이 아니라 단단하고 따뜻한 내면을 만들어주는 곳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