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생이 싫은 이유
-민짱이 너는 평상시에 주로 뭐해?
-요가도 하고, 텃밭도 가꾸고, 영어공부도 하고, 영화도 보고, 책도 보고...
-너 완전 갓생사네~
신을 의미하는 '갓(god)'과 삶을 의미하는 '생(生)'을 조합한 신조어로, 매일 생산적인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부지런하게 사는 인생을 일컫는 말이다.
언젠가부터 '갓생'이란 단어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정해진 시간 속에서 최대한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게 진정한 자기계발이라고 믿고 있는듯하다. 기분이 이상했다. 필자는 하고싶은 게 많아서 시간을 쪼개서 하는 편이다. 한 번도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혹은 돈을 벌기 위해 한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이 일들을 하는 이유는 단지 '재미' 때문이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최선의 재미를 찾기 위해서니까.
그런 내 행동에 '갓생'이라는 단어가 붙자마자 왜인지 부담감이 생겼다. 여러 일을 설렁설렁 재밌을 정도로만 해왔는데 열심히 해야할 것 같은 압박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혹시 나도 무의식적으로 생산성에 목매고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갓생이 마치 당연하고 본받아야 될 행동 양식이라는 사회 분위기 또한 불편하기 그지없었고.
갓생을 사는 사람들의 현재는 미래에 있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서 혹은 뒤처진다는 압박으로 인해 생산성을 높이고자 현재를 포기하고 끊임없이 미래만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인생에서 생산성에만 집착하다 보면 삶 자체가 흐려지기 시작한다. 내가 진정 무엇을 좋아하는지, 가족들과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물어보는 사회가 아니라 더 좋은 결과를 창출했는지, 얼마를 벌었는지만 물어보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N잡러, 갓생, 결국 생산성과 돈.
누군가에겐 뿌듯하고 만족스러운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단어가 유행하는 현 사회가 건강한지는 의문이다. 갓생을 한다면 연적으로 포기해야하는 것들이 어떤 게 있는지 반드시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당신이 갓생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지, 혹은 사회가 원하기 때문에 억지로 하고 있는 건 아니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