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나는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서평
지은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제목: 나는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The World As I See It)
번역: 강승희
출판사: 호메로스
출간 연도: 2017.04
원문 출간 연도: 2001.02
페이지: 232쪽
1879년 독일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불가능한 상상을 던지며 수학과 물리학에 심취한 아이였다. 그렇기에 이런 상상을 죽이는 독일의 주입식 교육은 깊은 환멸의 대상이었고, 더불어 독일에 지배적이던 군국주의 또한 그가 고국을 떠나 스위스로 유학을 하는 하나의 계기였다. 물리학의 근간을 뒤흔드는 특수상대성이론, 광양자설 등을 발표하며 뛰어난 학업적 성취를 이뤘던 아인슈타인이 살아온 세계는 늘 전쟁과 죽음이 도사리는 곳이었다.
아인슈타인을 생각하면 괴짜 과학자, 천재, 상대성이론 등 무수히 많은 키워드가 떠오른다. 그렇다면 과학자 이면의 삶은 어땠을까? 유대인으로 두 번의 세계 대전을 겪으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인슈타인은 평화주의자였다. 학창시절부터 끊임없이 그를 괴롭히던 군국주의와 반유대주의에 대한 당연한 결과였다. 또 전쟁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를 아우르는 '국제 기관'을 설립하자고 주장했던 이상적인 사람이기도 했다.
공동체의 자양분 없이 개인의 인격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것처럼, 창조적이면서 독립적인 사고와 판단력을 가진 개인이 없다면 사회의 진보는 불가능하다.
아인슈타인은 개인과 세계에 관해서도 기본적으로 '선하다'고 본다. 교육을 통해 인간은 충분히 성장하고 달라질 수 있고, 전쟁으로 인해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세계도 노력하면 충분히 평화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적절한 힘의 균형이 평화의 수단이라고 보는 입장에서는 아인슈타인의 이런 생각이 지극히 이상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고대 철학자 플라톤이 말했듯이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이상향을 좇아야 적어도 그 형상에 가까워질 수는 있지 않겠는가.
공동체는 개인보다 양심이나 책임감이 부족한 경향이 있다.
도덕성이 뛰어난 개인일지라도 공동체에 속하면 때로 이기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는데, 개인의 이타성과 공동체가 추구하는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딜레마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런 경향을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속해있던 여러 과학자협회 등에서 경험한 듯하다. 그래서 공동체의 비도덕적 경향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개인의 끊임없는 공부와 수양을 통해 비판적인 시선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가의 정치적 도덕성과 정의에 대한 배려를 보여주는 지표로, 무방비의 소수 민족을 대하는 태도보다 더 확실한 것이 있겠습니까?
재미있는 점은 아인슈타인 또한 유대인이라는 민족적 공동체 속에서 본인이 고수해왔던 태도에 모순되는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민족주의를 비판하고, 이기적인 공동체를 싫어하던 그였다. 그렇지만 보다 민족주의적인 시온주의 운동에 앞장선다. 어쩌면 민족주의를 넘어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를 위함이었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으며 심각한 핍박을 받았던 민족이기도 하고 자신 또한 한 명의 유대인이니 말이다. 그렇지만 어찌됐든 그가 외쳤던 시온주의 운동이 그가 평소 생각해왔던 세계에 대한 가치관과 부합하느냐면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또 현재 팔레스타인의 상황을 본다면, 의도가 어찌됐든 그토록 혐오하던 전쟁의 중심을 만들어냈으니 참 아이러니다.
평화주의자이며 이상주의자였던 아인슈타인. 책을 읽다보면 그가 얼마나 평화를 그리워하고 어떻게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또 한 과학자로서, 한 인간으로서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여실히 느껴진다. 그러나 이후 그의 행보에서 의문감을 가지게 하는 부분도 있다. 그는 개인의 자질과 덕성이 뛰어나도 공동체 속에서 얼마나 비도덕적이 되는지를 직접 경험했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세계기관을 설립하고자 했다는 점이 첫 번째고, 또 민족주의를 비판했던 그가 이후 시온주의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행동이 두 번째다. 이 책에는 그런 모순적인 부분들이 많이 보이고, 불세출의 천재라 불리던 아인슈타인 역시 불완전한 한 인간이었음을 엿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