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공자의 도슨트 일상 기록 EP03
대개 '국립'이라는 칭호를 단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에서는 전문적인 외국어 해설 선생님들이 있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이렇게 세 언어가 공통적인데, 우리는 개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국인 관람객 유치도 버거운 상황이었으니 당연 외국어 해설을 준비했을리 만무하지 않나.
언젠가 평화로운(?) 업무를 하는 중에 전화가 걸려왔다. 몽골 국제교류학생들이 단체 방문하려고 하는데 영어 해설이 가능하냐는 거다.
단체는 무조건 쌍수들고 환영해야하는 상황이라 매니저님이 일단 오케이를 외치셨고,
그나마 국제학과를 졸업한 내가 울며 겨자먹기로 영어 해설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부랴부랴 과거 박물관에서 영어 해설을 했던 친구에게 SOS 요청을 때렸는데,
'우선 대본을 쓰고 다 외우라!'라는 정석적인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영어를 못하는 사람에게 이거야말로 가장 확실한 답변 아니겠는가.(ㅠㅠ)
급하게 영어 대본을 작성하는데, 한국인에게 익숙한 용어이지만 외국인들에게는 생소한 용어들이 많으니 풀어서 대본을 다시 작성하는 것도 일이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해내야지!
그렇게 대학생 때 울며 썼던 영어에세이 기억을 떠올리며 대본을 작성하고(챗 GPT 도움도 많이 받았다!)
이제 막 외우려는 찰나였다.
-인원에 변경이 있어서요~ 저희 학생 00명, 담당자 00명, 통역사 3명이 같이 가요~
-네? 그럼 영어 해설 할 필요가 없나요?
-네~ 통역 선생님 계세요~^^
이걸 기뻐해야할지 슬퍼해야할지 모를 상황이었다.
사실 도전하면서 성장하는 걸 은근 좋아하는 성향이라 이 상황이 약간 불행 반 행복 반 느낌이었는데,
그 기회 자체가 박탈당한 지라 약간은 아쉬운 감정이었다.
결론적으로, 여전히 영어 해설을 해보진 못했으며 늘 불안함 반, 기대 반의 감정으로 대본을 숙달중이다.
추가로 몽골 국제교류 학생들 해설 후기는 바로 다음 편에 작성하려고 하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