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전에는 꼭 보이차를 마신다.
다른 시간을 줄이더라도 5분의 짬을 내서 꼭 조용히 차를 홀짝이는 편이다.
베란다 창문을 열고, 블루투스 스피커로 좋아하는 노래를 틀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차를 내린다.
흔한 말이지만, 이 작은 공간에서 온전히 홀로 존재하는 것 같은 기분을 만끽한다.
핸드폰으로 터져나오는 온갖 소음들을 단절한 채 나를 가만히 내다보는 시간.
문득 단순히 차를 음미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고요한 시간을, 공간을 점유하는 자신을, 들숨과 날숨의 소리를 가만히 관조하면
어쩐지 단단해진 마음을 느끼게 된다.
오늘의 보이차는 얼마 전 지유명차에서 구입한 "97년산 7542"
나와 비슷하게 나이를 먹은 찻잎이다.
그래서 펜을 들고 '시'라는 걸 써내려갔다.
시 다운 시는 아니겠지만, 그 순간의 감정을 함축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게 사뭇 즐거웠다.
부끄럽지만 투척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