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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서운한 말이네..

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에서

by 소행성RDY


"안 될 일이야."


"서운한 말이네. 될 일이 들으면...."


오늘 공주까지 달려가서 관람한

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에 나오는 대사다.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면,


쿠로이 저택에 살고 있는 지박령 옥희와 귀신들은 성불하기 위해 이루어야 할 일이 있다. 마지막 미션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이 쿠로이 저택에 유일하게 귀신의 목소리를 듣고 볼 수 있는 해웅이 찾아오면서 쿠로이 저택을 떠나기 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일제 강점기라는 암울한 시대 배경이지만 시종일관 유쾌하고 웃음 요소가 많아 지루하지 않다.


지박령 옥희가 성불하기 위한 노력이 벽에 부딪히자 해웅에게,


"안 될 일이네."


라고 얘기한다. 그 말을 들은 해웅이,


"서운한 말이네. 될 일이 들으면...."


이라는 멋진 대사를 한다.


저택에 사는 귀신들의 소재도 신선했고 배우들의 거침없는 가창력에 함께 카타르시스도 느끼고 까르르 웃고, 손뼉 치고 공연에 푹 빠져있는 내게 이 대사가 덜컥 걸려버렸다.


이미 많은 넘버(뮤지컬에서 사용되는 노래나 음악)가 지나갔고 그 후로도 있었지만 이 대사가 기억에 선명하게 남는다. 이 대사는 넘버도 아니고 짧은 대사다. 그냥 흘려들을 수도 있는데 귀가 보배인가, 의미를 놓치지 않으려는 습성인가 고개를 갸우뚱해 본다.


사람은 의식하지 않으면 부정적인 생각과 말을 더 많이 한다고 한다. 하지만 자기가 부정적인 말 습관을 가졌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 무의식적으로


"안 될 거야? 되겠어? 하지 마!"


같은 말이 튀어나올 때가 많다. 그래서 말하기 전 긍정적인 표현으로 바꿔 말하려고 애쓴다.


어떤 일을 할 때,

A는 좌절의 순간에도 긍정적으로 말하고, B는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말하기도 한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생각해 본다.


뮤지컬 속 해웅처럼 깨어있는 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좌절하는 이를 일깨워 줄 수 있는 의식인지. 늘 깨어있는 사람이 되라는 백 마디 말보다 단 한 번 깨어있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되길 바라며 옥희와 해웅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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