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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주제가 없는 걸 주제로 써!
그래볼까?
by
소행성RDY
Oct 2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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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써야 하는데 주제가 맘에 안 든다. 새로 써야겠어. 뭐로 써야 하지?"
라며 옆에 앉은 아이에게 푸념하듯이 말한다.
굳이 어떤 답을 원하는 게 아니라 내 말을 듣고 있을 상대가 앉아 있기만 하면 된다고나 할까?
모니터를 덮었다 열었다를 반복하고 집중을 못하는 데다 그런 말까지 하고 있는 엄마가 답답했던지 아이가
"엄마, 주제가 없는 걸 주제로 써."
라고 한다. 우문현답이다.
나도 그러고 싶은 맘이 굴뚝같지만, 나 혼자 읽고 말 글도 아니고 마감일에 맞춰 보내야 할 글이니 무턱대고 쓸 수도 없단다.
그렇게 일요일 내내 진도를 못 나가는 글이다. 주제를 바꿔 서두를 몇 장을 썼다 지웠는지 길을 읽고 헤매는 손가락들만 바쁘다.
자려고 누워서도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궁리하게 되고 내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써야지 은근히 부담이 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한 줄기 믿는 구석이 있다면 나를 믿는다는 것! 결국 나는 월요일에는 어떤 글이든 내가 원하는 글을 써낼 것이란 걸 안다는 믿음이 있다. 늘 그래왔고 내일도 그럴 것이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란 걸 안다.
결국 내 앎대로 나는 글을 완성해서 보낸다.
글은 참 신기하게도 내가 의도한 대로 꼭 써지진 않는다. 마법처럼 새로운 아이디어로 다른 글이 되어 생명을 얻기도 한다.
내 경험으로는 대게 어떤 계획하에 글을 쓰지만 예상과 다른 엉뚱한 전개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하더라도 하고자 하는 말은 놓치지 않았고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 그럴 땐 생각한다.
글을 쓰는 순간에는 마음이 쓴 게 아니라 마음 넘어 영혼이 함께 써주었구나라고 말이다.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을 아는 것은 영혼이지 않겠는가. 몰입한 순간부터는 함께 작업을 하는 것 같다고 늘 느낀다.
오늘 글도 무사히 끝낼 수 있었음에 감사할 뿐이다.
그리고 주제 없는 것을 주제로 써 보라는 울 아이의 조언대로 주제도 없이 끄적여 본다.
글 쓰느라 진을 뺐는데 글로 부담감을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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