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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눈으로만 보아선 알 수 없는 것들도 있다.

연잎의 반전...

by 소행성RDY


얼마 전 우연히 지나게 된 시골 동네 연못에 연꽃이 한창이다. 이미 활짝 피었다 시드는 아이, 탐스런 꽃봉오리로 곧 피어날 아이, 수줍게 금방 입을 벌린 아이도 있다. 연꽃을 색깔대로 심어 둔 작은 연못을 산책길로 다 연결했다. 전체 크기로 보면 규모가 꽤 되는 것 같다.


문득, 늘 연꽃이 주인공이라면 큼직한 연잎은 배경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겐 말이다.

연꽃을 따라 연못을 따라 걷는다. 싱그러운 초록의 큼직한 연잎들에 눈길이 머문다.


하늘을 향해 있는 연잎의 위쪽 면을 손가락으로 쓱 만진다. 앗! 매끌매끌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까슬까슬하다. 반전이다. 호박잎만 보더라도 뒷면보다 앞면이 조금 부드러운데.. 그럼 연잎 뒷면은 더 거친가 궁금하다. 얼른 손을 갖다 대어 본다. 어라, 여기가 매끈하다.

내 편견을 깨는 연잎이다. 그때부터 상상을 한다. 혹시 연잎을 타고 또르르 굴러내리는 물방울이, 동글동글 흘러내릴 수 있는 이유가 까슬까슬한 표면 때문인가? 마치 무슨 비밀을 발견한 사람처럼 신이 난다. 아니면 말고. 진짜 아님 말고다. 어디 확인해 본 것도, 물어본 것도 아닌 내 맘대로 생각이다.


모든 잎은 이러이러할 것이라는 편견을 내가 가지고 있었음을 또 느낀다. 세상 사람 수만큼의 상식이 있다는 말이 있다. 이제 하나 더 보태야겠다. 세상의 모든 생명체만큼의 상식이 존재한다라고.


비슷한 듯 다른 고유의 특성이 있다. 우리 편의대로 '비슷하다 같다'라고 나누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을 해 본다. 나의 경직된 사고에 아직도 윤활유가 참 많이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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