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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개구리, 또 개구리

대청호 수변 공원은 지금 개구리 천국~

by 소행성RDY

개구리, 또 개구리


쓰다 말고 까맣게 잊힌 글을 발견!

그냥 없애버릴까 망설이다 그날을 떠올리며 끄적여 본다. 핸드폰 앨범에서 오래 묵혀지다 어느 날 정리 대상이 될 사진들이다. 잊혀도 그만일 숱한 날들 중에 하루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해 6월에 이런 날을 보냈구나 우연히 발견되어도 좋을 것 같지 않은가?

그럼 이 글은 먼 훗날을 위한 글??


6월의 대청호 수변 공원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나무의 잎들이 짙은 초록으로 변해가고, 때 지난 장미꽃이 시들어 가고 있다. 시들어도 장미는 장미다. 장미 정원으로 들어서자 은은한 향이 달큼하게 퍼진다. 노랑, 분홍, 빨강 등 다채로운 품종의 꽃잎들이 화려했을 지난날을 뒤로하고 힘없이 떨어지고 끝부분부터 갈색으로 말라간다.

대청호 주변 식당과 카페를 종종 오긴 하지만 수변 공원의 연못까지 들어온 건 처음이다. 느릿한 걸음으로 시선은 연못에 두고 걷는다. 연못을 뒤덮고 있는 초록의 정체가 수련인가 싶어 가까이 다가간다. 수련은 아닌 것 같고 이름을 모르니 에둘러 수생식물인 걸로...


초록잎 위에 돌멩이 같은 물체가 눈길을 끈다. 저게 뭘까 싶어 가까이서 살펴본다. 개구리다. 근데 꼼짝도 않고 굳어버린 것처럼 미동도 없다. 숨은 쉬고 있겠지?


오랜만에 보는 개구리. 한참을 레이저 쏘듯 쳐다봐도 조금의 흔들림도 없다. 먹이를 기다리나?


어느 동물이든 아무리 상위 포식자라도 먹이를 노릴 때 보이는 그것, 바로 인내심이다. 그들은 가장 적절한 타이밍을 숨 죽이고 기다리고 또 기다릴 줄 안다. 끈질긴 기다림 후 한순간에 최선을 다해 낚아채야만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저 개구리도 혹시 인내심 발휘 중인가? 무슨 먹이가 있기에...


이 개구리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개구리들이 많다. 보면 볼수록 자꾸 많아지는 신기한 일이...


금방 올챙이 신세를 벗어난 듯 작은 개구리도 있고, 큼직하니 풀숲으로 뛰어오르는 개구리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참 좋은데 터를 잡고 산다 싶다. 겨울잠 자는 동안에 비명횡사하는 개구리가 얼마나 많은가. 여기서는 누가 와서 잡으려 하지도 않을 것 같고, 관리받는 곳이니 가장 안전하게 살고 있는 것 같다. 잘 살다 가렴!!


여름날 별빛과 달빛을 의지한 채 시골길을 가보면 사방에서 개골개골 개구리 소리만이 울려 퍼질 때가 있다. 교향악단의 연주처럼 완벽한 박자와 균형으로 주변을 평화롭게 압도하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와 개구리 소리다."

한 마디 했다가,

"맹꽁이 소리다."

라며 면박을 받기도 한다. 이럴 땐 시골 출신임을 근본부터 의심받는다.


개구리, 너로 인해 잠시 행복에 머물러 본다. 땡큐!!



앗! 여기도 개구리. 넌 조금 작네.

넌 어디 가니? 색깔이 조금 다르다.

뚝심 좀 보소!! 안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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