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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기 싫어질 때...

하지 않을 자유

by 소행성RDY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허락받은 사람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딱 반나절만 이 자유가 좋았다. 긴장했던 세포들이 하나하나 녹아내리는 듯 그렇게 나른한 시간이다. 시간은 어느새 정오를 지나가고 자유롭다고 생각했으나 자유롭지 못하고 매여있는 마음과 만난다.


자유롭기를 원하지만 자유롭지 못하고 다른 결과를 원하지만, 매번 같은 결과를 본다. 같은 선택을 하는데 다른 결과가 나올 리가 없지. 당연한 것을 알면서 묻는다.


왜 항상 같은 선택을 하지? 무엇이 무서운 걸까? 무엇이 아까운 걸까? 집착하는 무엇이 있는 건가? 원하는 결과에 집착하고 있는 걸까? 그럼 선택이 달라져야 하는데, 왜 딱 그 지점을 넘지 못할까? 왜 참지 못하지? 그리고 후회하지?


결과는 정해져 있다. 하나는 지금처럼 후회하고, 하나는 잘했다 자기 칭찬을 하는 것.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얻은 게 아니라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다시 같은 것을 반복하고 나를 볶아댈까 봐 어떤 행동도 하고 싶지 않았다는 게 정확하다.


이 문제를 맞닥뜨리고 고민할 줄 알았다. 그냥 덮어두었던 거다. 이제는 더 미루고 싶지도 미루어서도 안 되는 시점이 온 것 같다. 모든 것은 딱 필요한 그때 내게 오는 것처럼 지금이 그때다.


계속해서 같은 문제가 내게 주어진다는 것은 내가 아직 풀지 못하고 넘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내가 그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질 때까지 계속해서 내 눈앞에 펼쳐질 것을 안다.


지금이 딱 그때인가 보다.

이제 다른 선택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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