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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 목도리...

어쩌지...

by 소행성RDY


"엄마, 실 풀어놨어?"

라고 아이가 물어온다.

"아니, 풀어줄게."

라고 대답을 하고는 아이가 뜨다만 목도리를 집어든다.


아이는 이미 새로운 실로 폭이 좁은 목도리를 다시 뜨개질하기 시작했다.

"이거 빨리 뜨고, 똑같은 거 하나 더 해서 할매랑 같이 해야지."

라고 말한다.


봄부터 할매 목도리를 떠주겠다며 떴다 풀었다를 반복 중이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할매가 그 목도리를 할 수 있을까? 아마 못 할 것 같아.'

이 말이 목에 걸려서 더 이상 올라오지 않는다.



아침 9시쯤 되었을까. 병원에서 전화가 온 것이.


난 전화를 싫어한다. 전화 벨만 울리면 온몸이 굳어 버리는 것 같다. 내 전화인데 훔쳐보듯이 발신 번호를 먼저 확인하는 게 겁쟁이가 되어가는 것 같다.


병원에서 보호자에게 좋은 일로 전화를 하는 일은 잘 없다. 급하게 날 찾는 건 엄마에게 일이 생겼다는 신호다.


엄마의 상태가 더 안 좋아지셔서 산소호흡기를 하셨다고 알려준다.


전화를 끊고 잠시 허둥댄다. 처음도 아닌데 늘 처음 같다. 병원으로 달려갔고, 병실로 잰걸음으로 간다.


"엄마, 나 왔어."

엄마는 대답 대신 고개를 희미하게 끄덕인다.


내가 달려간다고 엄마에게 해 줄 수 있는 건 없다. 그저 엄마 옆에 항상 딸이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알려주는 게 고작이다.



아이는 할매를 좋아한다. 여전히 세상에서 젤 좋은 사람은 할매라고 한다. 그런 아이가 할매랑 커플 목도리를 하겠다며 뜨개질을 한다.


어쩌지, 너를.


내 슬픔보다 너의 슬픔을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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