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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글을 쓴다
그 후로 첫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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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성RDY
Aug 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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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떠나고 난 후에도, 세상은 변함없이 잘 돌아갔다. 톱니바퀴가 삐거덕거리는 소리조차 없이 뱅글뱅글 돌아가듯이 세상은 잘도 굴러갔다.
오늘 처음으로 노트북을 켜고 오늘까지 보내야 할 글을 썼다. 마감이 있는 글에 대한 부담으로 코너에 몰린 것처럼 며칠 째 안절부절못했지만 글을 쓸 수가 없었다.
세상은 누군가가 있든 없든 잘도 돌아가는 게 당연하겠지만, 어느 한 개인에게는 누군가의 부재가 모든 것을 멈추게도 한다.
나에겐 엄마의 부재가 그러했다. 시간은 잘도 가는데 내겐 멈춘 것 같았고, 더 이상 찾아갈 병원이 없는데 나는 가야할 것 같았다. 웃음 뒤엔 공허가 있었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내 모습 뒤로 진한 허무가 따라오고 있었다.
오랜 시간 글을 쓸 수 없었을 줄 알았다. 지금도 무엇을 쓰고 있는지 분명한 의도를 모른다는 것이 솔직한 내 마음이리라. 하지만 언젠가는 다시 쓸 글이기에 지금 쓴다. 비록 형편없는 넋두리로 끝나는 글일지라도 쓴다.
나는 알고 있다. 글의 힘을.
내게 글쓰기는 나도 모르고 있던 나를 찾아내는 여정이었다. 글을 통해 가능성을 찾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글 쓰는 작업을 하지 않았다면 영원히 몰랐을 잠재된 나를 발견할 수도 성장시킬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다시 글을 써 본다.
나는 글로 대단한 성공을 꿈꾸지는 않는다. 단지 글을 쓰는 그 시간은 나로 온전히 존재할 수 있어 좋을 뿐이다. 더하고 빼는 것 없는 가장 직설적인 글 쓰는 시간이 나를 강하게 하고 있으니 더 무엇을 바랄 게 없다.
"자신이 살고 있는 방식을 보라.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신이 만들어 내는 고통을 보라."
"삶은 그것이 무엇이든 의식의 진화에 가장 도움이 되는 경험만을 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자신에게 필요한 그 경험이라는 것을 어떻게 아는가? 이것이 지금 이 순간 당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에크하르트 톨레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생각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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