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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삶이 바뀌고 있다

그대로 받아들이기

by 소행성RDY

엄마가 떠난 후, 변화가 서서히 찾아옴을 느낀다.

불과 23일 전까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다. 병원에 계셨다고 해도 우리는 엄마를 중심으로 모여 모여했었다. 항상 언니와 오빠가 움직여 준 것이다.


이제는 내가 움직일 차례인가 보다. 며칠 뒤가 형부 생일이라 언니네를 다녀왔다. 불과 얼마 전까지는 엄두도 내지 않던 일이기도 하다.


멀리 다니러 가는 것은 늘 부담이었다. 하루 사이에 큰일이 생길 확률이 아무리 낮다 해도 늘 불안한 맘을 안고 살았다. 모든 날 괜찮다가 하필 오늘 무슨 일이 생겨 나를 찾을까 봐 불안해했다. 함부로 내뱉지도 못하고 속으로 앓았다.


이제 그 속박에서 벗어났다는 증거일까? 아무리 멀리 가더라도, 하루 종일 집을 비워도, 새벽같이 씻고 대기하지 않아도, 울리는 전화의 발신자를 불안하게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


그럼 이제 나는 자유로운가? 이런 자유는 조금 천천히 찾아왔어도 좋았을텐데. 정말 자유로운가?


서서히 삶의 방식이 변해가고 있음을 안다. 그리고 그대로 수용해 보려 한다. 내가 언니와 오빠를 찾아가야 하는 것도 기쁘게 해 보려 한다. 지금껏 언니와 오빠가 해 준 것처럼. 새벽에 일어나도 늦장 부리며 씻어도 본다. 하지만 오래된 습관이기도 했던 일어나 씻기는 어쩔 수 없지 싶다. 이건 엄마와 상관없이 형성된 습관이다. 전화 벨소리도 더는 무섭지 않다. 귀찮은 전화는 있어도 두렵지는 않다.


새로이 받아들이는 변화와 친해져보려고 한다. 변화가 내 삶을, 내 주변을 함께 풍요롭게 하고 웃을 일이 많이 만들길 바라며 말이다.





# 오늘도 내 안에서 넘치는 에고를 대면했다. 답습. 에고는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불행한 결말을 알면서도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다. 순간순간 무의식적인 선택을 하는 나를 지켜보게 된다.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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