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면 늘 불편한 사람이 몇 명 있었다. 이 사람들에 대한 마음이 바뀔 수 있을까 내게 물어보면 돌아오는 답은 언제나 "안 될 것 같아."였다.
그리고 스스로 힘들어했다. 왜 안 되는 걸까? 사람이 좋다가도 싫고, 싫다가도 좋은데 어떻게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좋았던 적이 없을 수 있는지. 그러면서 왜 힘들어하는지.
그렇게 힘들면 안 보고 살면 되지 않냐는 선명한 해결책이 있지만 그럴 수 없는 관계도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힘이 들지 않겠는가? 안 봐도 되는 관계 같으면 무엇하러 이런 고민을 부여안고 있겠는가.
지금까지는 내 마음은 늘 이렇게 작동했다. 이러이러하니까 당신들이 싫다고 생각한다. 나는 가만있는데 당신들이 나를 힘들게 하고 있다고 말이다.
이런 내 생각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가는 실선이지만 균열은 시작되고 있다.
내가 싫다고, 나를 힘들게 한다고 하는 그 존재가 과연 무엇을 잘못했다는 걸까? 따지고 보면 그들도 그들의 인생을 착실하게 살고 있는데 내 마음에 안 들고 내 자유를 빼앗는다는 오류에 빠져 상대에게 그 탓을 했다.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는데.
내가 내 인생을 사랑하고 존중받고 싶은 만큼 상대도 그런 마음일 텐데 난 그렇게 하지를 못했다. 그냥 불편한 사람이라는 프레임을 씌워놓고 상대를 바라봤다. 어찌 제대로 보였을까? 이미 내 마음엔 무엇을 보더라도 좋게 볼 마음이 없는데.
작은 균열은 나는 나로 존재하고 싶다면서, 그들은 그들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나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는 나대로, 그들도 내가 원하는 대로"가 지금까지 나의 방식이다.
내 마음의 갈등을 상대가 이렇게 밖에 행동을 안 하기 때문이라며 남의 탓으로 돌리고 나를 합리화했다.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 살며 난 좋았을까? 편했을까? 행복했을까?
아니다. 죽을 때까지 싫어하든, 몇 번 보고 안 볼 관계이든 내 삶의 방식은 번번이 힘들었다.
모든 사람이 내가 미워 "너 힘들어 봐."라며 악의를품고 덤비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내가 찾은 답은 모든 원인은 나에게 있었다. 내 생각이 나를 고통으로 내몰고 있었다.
내가 나는 그들과 다르다 생각했고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고 했다. 내 삶의 방식대로 살기를 원했고 따라주지 않는 상대가 미웠던 거였다. 당연히 주어야 할 관심과 애정에 인색했다. 내 관심과 애정은 다른 곳에 써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게 얼마나 오만하고 잘못된 것인지 몰랐다.
이 답을 찾기까지 오래 걸렸다. 이 생각들은 진정한 내 생각이 아니다. 나는 모든 것과 평화롭기를 원한다. 나는 단지 내가 무의식대로 행동하는 것을 멈추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무의식은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에 활짝 열려있다. 그렇기에 늘 불만, 불안, 열등감 같은 힘든 상황으로 나를 이끈다.
적어도 내가 나를 고통으로 밀어 넣고 싶지는 않다. 나는 다르게 살기로 한다. 관심과 애정이 가야 할 곳에 제대로 가게하고 , 누구도 틀리지 않으며 서로 방식이 다를 뿐임을 기억한다.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존재함"을 인정한다.
균열은 가속화되고 그 틈은 더 벌어져 도끼가 나무를 단숨에 쪼개는 기세로 내 굳어버린 생각들에 일격을 가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