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NNAH Sep 12. 2023

옛 시간으로의 여행

15살의 드럼연주자


한 달 전쯤에 회사 행사 담당자가 음악회 개최를 위해 의논할 내용이 있다며 찾아왔다.

음악회는 문화 취약계층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며, 회사 직원의 재능기부와 “더불어 배움”단체를 후원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벌써 6번째나 개최되었는데.....


근데, 왜?? 

“why me???” 


당황한 채 담당자의 설명을 듣고 있노라니 눈앞 캄캄은 물론, 정신이 아득해지는 순간을 맞이했다. 연주자로 서 달라는 것이었다. 


완곡한 거절과 실력 없음을 호소하였지만, 갑자기 펑크 난 연주자의 자리는 담당자의 애절한 눈빛을 통해 짐작할 수 있었고, 마음이 약하디 약한 나는

어설픈 승낙을 통해 앞으로의 어떤 고통도 지금 담당자와 실랑이하는 시간보다는 나으리라는 기대를 하며 그렇게 일단락시켰다. 


하지만…………..

심각한 문제는 승낙, 그 이후로부터 생겨났다. 

아주 오래전, 중학생 시절 연주한 드럼 연주 능력은 삼십 년 정도 단절되어 있었고, 게다가 요즘? 노래도 잘 모르는 내가 독주를 해야 하는 삼단 콤보의 위기상황에 처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승낙을 받아들인 나를 원망했고, 다음 단계에 이르자 이런 부탁을 한 담당자에게 화가 났으며, 한참 화를 내고 나니 모든 것을 체념해 “어떻게든 되겠지” 의 단계에 이르렀다. 


일주일정도 모든 단계를 거지고 나서야 곡 선정에 들어갔고 그렇게 연습을 시작했다. 

“파이팅 해야지”라는 곡을 선정해 듣는 이와 나에게 모두 격려와 응원을 보내는 메시지를 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병맛연주를 며칠 동안 이어가자 이주 정도 지났을 때는 들어줄 만? 한 상황이 되었다.


음악회 하루 전까지도 연주시간 단 5-6분의 시간만 잘 버티자라는 생각을 했지만

연주 하루 전날 체념한 듯 찾은 연습실에서

“엄마 아주 멋있어, 너무 잘했어 힘내!”라고 눈을 반짝이며 손뼉 쳐주는 막내딸에게 무한 에너지를 얻어 

머리끝까지 충전된 상태로 그다음 날 드디어 무사히? 연주를 끝냈다. 


사실은 “하얗게 불태웠다” (권투만화 내일의 죠 대사 中)는 말처럼 난 한 줌의 재가 된 마냥 영혼까지 가벼워진 느낌이었지만

이제 조금 여유가 생겨 처음 드럼을 연주하게 된 그때로 돌아가 추억을 더듬어 보기 시작했다. 


중2 때 패기 넘치는 소녀가 교회 드럼연주하는 오빠에게 “저를 후계자로 삼으세요”라고 말했지만 “계집애는 안 키운다” 는 말로 대차게 거절당하고,

베개와 젓가락의 고된 독학의 시절을 지나 6개월 정도 후 그 오빠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자리를 비웠을 때 몇 번의 기회를 얻어 메인연주자가 되고 당당히 몇 년간 드럼을 연주했다. 

내가 연주하는 모습은 사람들에게 “여자도 드럼을 연주하네”와 같은 생경한 마음을 갖게 했고, 그것은 응원과 격려 또한 칭찬으로 이어졌다.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모험을 즐겼고, 누구보다도 용기 있고 두려움이 없었다. 

새로운 것에 대해 늘 호기심을 가지고 배우는 것을 즐기고 나와 같은 결의 사람들과 행복했고 즐거웠다. 


삼십 년이라는 세월이 드럼을 잊게 했고, 나의 즐거움도 그와 같이 사라져 버린 건 아니었는지.

드럼을 통한 옛 시절로의 시간 여행은 잠깐 동안이었지만

그때의 설렘과 열정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다시 한번 기억하게 해 준 고마운 경험이었다 


난 앞으로도 간간히 드럼을 연주할 예정이다. 

큰애는 내가 드럼을 연주하는 것에 적잖이 충격?을 받은 것인지 본인도 베이스기타를 배우겠다고 선언했다. 부디 예전의 나처럼, 청소년 시절에 아끼고 사랑하는 무엇인가를 찾아서 몰입하고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지내길 기대해 본다. 



연습하다 내팽개친 스틱

                                             



노래가사와는 달리 새초롬한 표정의 드럼연주;;





매거진의 이전글 귀찮은 거, 그거 왜 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