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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ekorea Nov 22. 2022

임명장을 받다

북한 주민과의 첫 만남

부임 첫날, 사무실에 도착해서 여러 선배들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았다. 10시에 임명장을 받기 전에 사무실 이곳 저곳을 안내해 준다. 출입문 입구에는 북측 여직원 두명이 안내 업무를 담당하고, 사무실 각 부서에는 북측 남녀 직원들이 앉아 있다. 이렇게 까지 가깝게 남북이 함께 근무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사실 안내를 맡은 선배가 북측 직원이라고 설명하기 전까지는 남측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10시, 입사동기 7명은 임명장을 받기 위해 위원장실로 이동했다. 위원장은 임명장을 수여하며 '자네는 전공이 뭔가', '토목공학 전공입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조금은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위원장은 '자네는 건설교통부 장관이구만'하며 임명장을 전달해 주며 악수로 맞이해주셨다. 처음엔 '건교부 장관이라니, 무슨 말씀이신지'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부분은 많은 의미가 있다.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개성공단 내에서 관리위원회는 남측의 지방정부, 법원(등기소), 산업단지공단, 영사업무 등 복합행정기관이다. 그런 의미에서 건설 업무를 담당하는 나에게 단순한 '대리' 임명장이 아닌 '장관' 임명장을 수여한 것이다.


내가 맡은 업무는 기반시설 담당이다. 도로, 공원, 상하수도, 지적 등 남측 구청 4~5개 과 업무 전체를 담당하는 것인데 그야 말로 일당백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개성공단은 전체 2천만평(창원산업단지와 유사)을 개발하는 데 그중 1단계 100만평이 공사중이며, 현재는 시범단지 1만5천평이 완료, 15개 공장이 가동중인 상황. 1차적으로 도로관리를 위한 북측 근로자 채용이 필요했다. 북측 근로자 채용은 북측 '로력알선기업'틍 통해 이루어지는데 이미 10명을 요청한 상태였다. 며칠 뒤 북측 근로자가 사무실에 도착했고, 사전 면담을 하기 위해 회의실로 이동했다. 문을 열자 검은 얼굴에 군청색 옷을 입은 남성 다섯명과 흰색 저고리에 군청색 치마를 입은 여성 다섯명이 벌떡 일어나는 것이 아니겠는가. 눈빛은 갈팡질팡하며 자세는 서 있지만 앉아야하나 하는 생각이 교차하는 모습이다. '편히 앉으세요. 관리위원회 기반시설 담당자입니다.' 우선은 무거운 공기를 바꿀 필요가 있어 보였다. 최대한 예의를 갖추어 인사하고, 한사람씩 호명하며 이름과 얼굴을 대조해 보았다. '내일부터 잘 부탁드립니다. 업무 내용은 내일 설명드릴테니 앞으로 잘해 봅시다.' 개성에 온지 한달도 채 되지 않은 나였기에 사실 이런 자리가 편할리 없었지만 남측사람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었던 것 같다. 나는 밖으로 나왔고 북측 신규 직원은 로력알선기업 관계자와 함께 돌아갔다.

북측 근로자 출근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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