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를 든 사회복지사 13화. 배가 나온 진짜 이유

by 김정은

"민원인"이라 불리던 남성


지역사회에서 일하다 보면 소위 "민원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보통은 한 기관에서만 민원인이라 불리지 않고, 지역사회 관계 기관들은 모두 알고 있는 민원인입니다.

이 남성의 경우는 매우 활발한 직장 생활도 했고, 매일 자전거를 탈 정도로 건강했습니다. 그런데 일을 하던 중 다치게 되었고 그 뒤로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대외 활동이 중단되었습니다.


삶의 급변과 알코올 의존


남성은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변화된 일상:


매일 술을 마셨고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했습니다

자신에게 생긴 이 일이 너무도 억울하기 때문에 어디엔가 속상함을 이야기해야 했습니다

그것이 알코올 의존증이 되면서 어느 순간 폭언을 반복하는 민원인이 되었습니다.


첫 만남: 술에 취하지 않은 모습


이 남성을 만난 건 복지관에 밑반찬 요청을 반복적으로 하고 폭언을 반복해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당시 음주를 하지 않은 상태였는데, 남성은 매우 점잖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삶의 역경과 힘들었던 지난 세월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상담을 종결하고 나오던 저에게 엘리베이터 앞까지 나와 정중히 인사하던 남성의 모습이 기억납니다.


"물을 많이 먹어서 배가 나온 거예요"


잘 지내고 있는 줄 알았던 남성은 어느 날 건강이 매우 악화한 채 저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장애인 밑반찬 담당으로부터 건강이 악화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남성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놀라운 변화:


벨을 누르자 "잠시만요~ 나갈게요" 하는 소리가 들린 후

현관까지 나와 문을 열어주는데 10분 이상이 소요

복부에는 복수가 가득 차 있었고

양쪽 다리는 심한 부종이 관찰되었습니다

눈 흰자는 노랗게 황달이 보였습니다


간성혼수의 위험신호


주변에는 술병이 있었습니다. 매일 술을 드셨던 것 같습니다.

심각하다고 느낀 부분은 간성혼수였습니다.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을 하는 모습이 관찰되었기 때문입니다.

지체할 수 없는 생명 위기라고 판단되어, 남성에게 병원 진료를 권유하였습니다. 남성은 그동안의 생활이 힘들었는지 흔쾌히 병원에 가기로 했습니다.


충격적인 진단 결과


119에 신고했고, 남성과 함께 시립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습니다.

3~4시간 정도 지난 뒤 응급실에서 한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 결과는 심각했습니다.

간 손상이 심해 간이식이 필요한 정도로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이었습니다.

보호자가 없는 혼자 사는 세대인 남성은 이 순간 어느 곳에도 기댈 수 없는 허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보전적 치료와 간이식의 벽


남성은 간이식이 필요한 수준으로 2~3일에 한 번씩 차는 복수를 제거하는 보전적 치료를 받을 뿐, 사실상 본질적인 치료는 간이식을 해야만 했습니다.


간이식의 현실:


기증자를 찾기도 어려울 뿐더러

면역체계에 맞는 간이식을 하는 일은 더욱더 어려움

경제적 부담

수술 위험성

간이식이 가능한 상급병원에 진료 예약을 하고 간이식을 준비하기 위해 가정 내로 퇴원했습니다.


지역사회에서 살 수 없는 상태


문제는 퇴원 후 남성의 건강 상태가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상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일상생활 불가능 상태:


복수와 다리부종은 여전

휠체어에 앉은 채 스스로 일어서지도 앉지도 못함

식사 준비 어려움

기저귀를 차고 있었지만 기저귀를 스스로 갈 수도 없음



간이식 포기 결정


우선 남성과 앞으로의 계획을 함께 수립해보기로 했습니다.

상급병원으로 간이식 관련한 치료를 받기 위해 외래진료를 받기로 했으나, 남성은 오랜 고민 끝에 간이식 받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포기 이유:


자신의 친한 친구 또한 간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한 것을 목격

고통 속에 삶을 사느니, 간이식을 포기하고 남은 생을 편안하게 보내고 싶다는 결론



존엄한 죽음을 위한 준비


남성의 의사를 존중하여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이 될 때까지 요양병원에서 좀 더 치료를 받기로 했습니다.


치료 계획:


요양병원에서 복수와 다리부종 등을 제거

스스로 거동이 가능한 수준일 때 퇴원

생명 위기 개입에서 복지관 사례관리 대상으로 전환



단주 결심과 새로운 삶


요양병원 의료사회복지사와 소통하며 복지관의 목표를 공유하며 함께 남성을 도왔습니다.

남성의 건강 회복에 대한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비교적 단기간 요양병원에서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퇴원 시 상태:


스스로 거동할 수 있는 수준

일상생활이 도움 없이 가능

이 과정을 통해 남성은 단주를 결심했습니다.


단주 지원과 환경 개선


알코올 중독 대상이 단주를 결심하고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기에 사례관리자는 남성을 지지하고 독려하는데 애를 썼습니다.


구체적 지원:


집에 가득 차 있는 소주 한 상자를 인근 슈퍼에 가서 식재료로 바꾸어 옴

간이식을 포기했더라도 간이 더 이상 악화하지 않도록 병원 진료는 꾸준히 받을 수 있도록 지원



새로운 서비스 연계


장애등급이 있어, 장애인 활동 보조인이 파견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심한 알코올 중독 대상으로 활동 보조인 서비스를 받지 못했던 남성은 이제 단주를 시작하며 활동 보조인 서비스 재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모니터링 체계


언제라도 건강이 악화될 것을 대비하여:


사례관리자가 수시로 모니터링

응급조치 및 문 개방 동의를 받아

남성을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게 보호하고 있습니다



복수가 말해주는 것들


복수(腹水)란? 복강 내에 비정상적으로 체액이 고이는 상태로, 주로 간경화의 말기 증상입니다.

"물을 많이 먹어서 배가 나온 거예요"

이 말 뒤에 숨겨진 진실:


알코올성 간경화로 인한 복수

간 기능 심각한 저하

단백질 합성 능력 상실

문맥압 상승


알코올 중독의 숨겨진 이야기


중독 이전의 삶:


활발한 직장 생활

건강한 신체 (매일 자전거)

사회적 관계


중독의 시작:


산업재해로 인한 장애

현실 수용의 어려움

사회적 고립

억울함과 분노


중독의 결과:


"민원인"이라는 낙인

건강 악화

사회적 관계 단절

생명 위험



생명 위기 개입의 의미


단순한 응급처치를 넘어서:


신속한 병원 치료 연계

세상에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함

다양한 지역사회 기관과 의료진의 관심

남성의 단주 의지 이끌어내기

남은 생을 지역사회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



존엄한 삶의 마무리


비록 간이식은 포기했지만, 남성은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남은 삶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의미 있는 변화들:



단주 성공

활동 보조인 서비스 재개

정기적인 의료 관리

지역사회 안전망 구축

사례관리자와의 신뢰관계


**"배가 나온 진짜 이유"**를 알게 된 것은 그저 의학적 진단을 받은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이해하게 된 것입니다.


다음 화에서는 "썩어서 발견될까 봐 무서워"라고 말씀하신 신부전 환자분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이 이야기는 매일 연재됩니다

《청진기를 든 사회복지사》는 복지 현장에서 건강과 돌봄을 연결하며

사회복지사로서 마주한 경험을 기록한 실천 에세이입니다.


・일상 이야기와 활동 후기는 블로그에서 함께 나누고 있어요

https://blog.naver.com/ju8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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