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에서 일하다 보면 소위 "민원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보통은 한 기관에서만 민원인이라 불리지 않고, 지역사회 관계 기관들은 모두 알고 있는 민원인입니다.
이 남성의 경우는 매우 활발한 직장 생활도 했고, 매일 자전거를 탈 정도로 건강했습니다. 그런데 일을 하던 중 다치게 되었고 그 뒤로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대외 활동이 중단되었습니다.
남성은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변화된 일상:
매일 술을 마셨고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했습니다
자신에게 생긴 이 일이 너무도 억울하기 때문에 어디엔가 속상함을 이야기해야 했습니다
그것이 알코올 의존증이 되면서 어느 순간 폭언을 반복하는 민원인이 되었습니다.
이 남성을 만난 건 복지관에 밑반찬 요청을 반복적으로 하고 폭언을 반복해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당시 음주를 하지 않은 상태였는데, 남성은 매우 점잖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삶의 역경과 힘들었던 지난 세월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상담을 종결하고 나오던 저에게 엘리베이터 앞까지 나와 정중히 인사하던 남성의 모습이 기억납니다.
잘 지내고 있는 줄 알았던 남성은 어느 날 건강이 매우 악화한 채 저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장애인 밑반찬 담당으로부터 건강이 악화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남성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놀라운 변화:
벨을 누르자 "잠시만요~ 나갈게요" 하는 소리가 들린 후
현관까지 나와 문을 열어주는데 10분 이상이 소요
복부에는 복수가 가득 차 있었고
양쪽 다리는 심한 부종이 관찰되었습니다
눈 흰자는 노랗게 황달이 보였습니다
주변에는 술병이 있었습니다. 매일 술을 드셨던 것 같습니다.
심각하다고 느낀 부분은 간성혼수였습니다.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을 하는 모습이 관찰되었기 때문입니다.
지체할 수 없는 생명 위기라고 판단되어, 남성에게 병원 진료를 권유하였습니다. 남성은 그동안의 생활이 힘들었는지 흔쾌히 병원에 가기로 했습니다.
119에 신고했고, 남성과 함께 시립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습니다.
3~4시간 정도 지난 뒤 응급실에서 한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 결과는 심각했습니다.
간 손상이 심해 간이식이 필요한 정도로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이었습니다.
보호자가 없는 혼자 사는 세대인 남성은 이 순간 어느 곳에도 기댈 수 없는 허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남성은 간이식이 필요한 수준으로 2~3일에 한 번씩 차는 복수를 제거하는 보전적 치료를 받을 뿐, 사실상 본질적인 치료는 간이식을 해야만 했습니다.
간이식의 현실:
기증자를 찾기도 어려울 뿐더러
면역체계에 맞는 간이식을 하는 일은 더욱더 어려움
경제적 부담
수술 위험성
간이식이 가능한 상급병원에 진료 예약을 하고 간이식을 준비하기 위해 가정 내로 퇴원했습니다.
문제는 퇴원 후 남성의 건강 상태가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상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일상생활 불가능 상태:
복수와 다리부종은 여전
휠체어에 앉은 채 스스로 일어서지도 앉지도 못함
식사 준비 어려움
기저귀를 차고 있었지만 기저귀를 스스로 갈 수도 없음
우선 남성과 앞으로의 계획을 함께 수립해보기로 했습니다.
상급병원으로 간이식 관련한 치료를 받기 위해 외래진료를 받기로 했으나, 남성은 오랜 고민 끝에 간이식 받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포기 이유:
자신의 친한 친구 또한 간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한 것을 목격
고통 속에 삶을 사느니, 간이식을 포기하고 남은 생을 편안하게 보내고 싶다는 결론
남성의 의사를 존중하여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이 될 때까지 요양병원에서 좀 더 치료를 받기로 했습니다.
치료 계획:
요양병원에서 복수와 다리부종 등을 제거
스스로 거동이 가능한 수준일 때 퇴원
생명 위기 개입에서 복지관 사례관리 대상으로 전환
요양병원 의료사회복지사와 소통하며 복지관의 목표를 공유하며 함께 남성을 도왔습니다.
남성의 건강 회복에 대한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비교적 단기간 요양병원에서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퇴원 시 상태:
스스로 거동할 수 있는 수준
일상생활이 도움 없이 가능
이 과정을 통해 남성은 단주를 결심했습니다.
알코올 중독 대상이 단주를 결심하고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기에 사례관리자는 남성을 지지하고 독려하는데 애를 썼습니다.
구체적 지원:
집에 가득 차 있는 소주 한 상자를 인근 슈퍼에 가서 식재료로 바꾸어 옴
간이식을 포기했더라도 간이 더 이상 악화하지 않도록 병원 진료는 꾸준히 받을 수 있도록 지원
장애등급이 있어, 장애인 활동 보조인이 파견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심한 알코올 중독 대상으로 활동 보조인 서비스를 받지 못했던 남성은 이제 단주를 시작하며 활동 보조인 서비스 재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언제라도 건강이 악화될 것을 대비하여:
사례관리자가 수시로 모니터링
응급조치 및 문 개방 동의를 받아
남성을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게 보호하고 있습니다
복수(腹水)란? 복강 내에 비정상적으로 체액이 고이는 상태로, 주로 간경화의 말기 증상입니다.
"물을 많이 먹어서 배가 나온 거예요"
이 말 뒤에 숨겨진 진실:
알코올성 간경화로 인한 복수
간 기능 심각한 저하
단백질 합성 능력 상실
문맥압 상승
중독 이전의 삶:
활발한 직장 생활
건강한 신체 (매일 자전거)
사회적 관계
중독의 시작:
산업재해로 인한 장애
현실 수용의 어려움
사회적 고립
억울함과 분노
중독의 결과:
"민원인"이라는 낙인
건강 악화
사회적 관계 단절
생명 위험
단순한 응급처치를 넘어서:
신속한 병원 치료 연계
세상에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함
다양한 지역사회 기관과 의료진의 관심
남성의 단주 의지 이끌어내기
남은 생을 지역사회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
비록 간이식은 포기했지만, 남성은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남은 삶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의미 있는 변화들:
단주 성공
활동 보조인 서비스 재개
정기적인 의료 관리
지역사회 안전망 구축
사례관리자와의 신뢰관계
**"배가 나온 진짜 이유"**를 알게 된 것은 그저 의학적 진단을 받은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이해하게 된 것입니다.
다음 화에서는 "썩어서 발견될까 봐 무서워"라고 말씀하신 신부전 환자분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 ・이 이야기는 매일 연재됩니다
《청진기를 든 사회복지사》는 복지 현장에서 건강과 돌봄을 연결하며
사회복지사로서 마주한 경험을 기록한 실천 에세이입니다.
・일상 이야기와 활동 후기는 블로그에서 함께 나누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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