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를 든 사회복지사》 14화. 썩어서 발견될까 봐

by 김정은

"저는 신부전 환자입니다"


복지관에서 주 2회 밑반찬 서비스를 받는 남성이었습니다. 혼자 사는 세대로 보호 체계가 잘 확립되어 있는지 필요한 도움은 없으실지 여쭙고자 가정에 방문하였습니다.

남성을 처음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낀 것은, 남성이 홀로 참 외롭겠다고 생각했습니다.


11년간의 신장 투석


기본 정보:


혼자 사는 세대

지방에 누나 한 분

신장 투석을 주 3회, 11년째



지방에 누나가 있으셨지만, 신장 투석을 주 3회 하다 보니, 누나가 있는 지방 근처에 투석이 가능한 병원이 없다면 누나의 집에 며칠 이상 머무르지 못했습니다.


일상생활:


주로 혼자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거나

집에 혼자 있는 생활방식을 반복



58세, 몸이 힘들어지기 시작


신장 투석을 한 지는 11년이 되었으나, 만 58세에 접어들면서 주 3회 투석하고 난 후 부쩍 몸이 힘들어졌습니다.


투석 후 상태:


장애인 콜택시로 투석을 가고 오는 것은 가능

집에 온 후부터는 온종일 누워 있어야만 함

음식을 조리할 힘이 없어 배달 음식을 시켜야 함

문 앞까지 배달 온 음식을 받으러 갈 힘조차 없어 배달원에게 침대 옆까지 음식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



투석의 무게


투석 주기와 컨디션:


투석을 받은 그다음 날은 기력이 조금 회복

주 3회 투석을 받다 보니, 기력이 없는 날이 더 많았음


신장 투석이란? 신장 기능이 10% 이하로 떨어졌을 때 시행하는 생명 유지 치료로, 4시간 동안 몸의 독소와 과다한 수분을 제거하는 과정입니다.


"나도 죽으면 언제 발견될지 모르지..."


한참을 이야기하던 남성이 저에게 나지막이 물어봅니다.

"얼마 전에 옆집 사람이 죽었어. 나도 죽으면 언제 발견될지 모르지... 썩어서 발견되는 게 조금 무서워. 사람이 죽으면 썩은 냄새가 난다고 하던데? 나도 죽으면 발견이 안 되지 않을까?"

남성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남성의 외롭고 쓸쓸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되었습니다.

마지못해 살아가지만, 죽더라도 썩어서 발견되고 싶진 않다고 말했습니다.


사람답게 살고, 사람답게 죽고 싶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람답게 살고, 사람답게 살다 죽고 싶다고 생각할 겁니다.

남성에게 어떤 도움을 드리면 도움이 되는지 여쭙자:


투석 후 식사를 도와줄 돌봄 인력

고독사가 되지 않고, 사망 시 즉시 발견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으면 설치해달라고 말하였습니다.



장애인 활동 보조인 연계


우선 만 58세로 남성이 신장 장애 2급이 있어 장애인 활동 보조인 연계가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주민센터 장애인 담당 사회복지사에게 장애인 활동 보조인 신청을 하였습니다.


고독사 방지 시스템 구축


구청 고독사 담당 주무관에게 연락하여:


1. 스마트 플러그 설치

전기량을 측정해서 전기 사용량이 없을 때 가정방문 하는 시스템


2. 독거노인 응급 안전벨 설치

위급상황 시 언제든 119를 부를 수 있도록 조치


한 달에 90시간의 돌봄


지금은 한 달에 90시간의 장애인 활동 보조인이 오셔서:


남성의 투석 후 식사 보조

병원 동행

일상생활 지원

이를 통해 삶의 질이 향상되었습니다.


우연한 만남들


간혹 복지관을 지나가는 남성을 마주하게 됩니다. 해당 남성은 복지관 사회복지사를 마주할 때마다 감사하다고 인사를 합니다.

외롭고 쓸쓸한 남성의 삶에서 조금이나마 남성이 지역사회 복지관으로부터 온기를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신부전 환자의 숨겨진 고통


신체적 고통:


투석으로 인한 극심한 피로감

수분 제한으로 인한 갈증

식이 제한 (단백질, 인, 칼륨)

근육 경련, 가려움증


심리적 고통:


사회적 고립감

미래에 대한 불안

죽음에 대한 두려움

의존성에 대한 부담감


사회적 고통:


규칙적인 투석으로 인한 사회활동 제약

경제적 부담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

고독사에 대한 공포



고독사의 공포


"썩어서 발견될까 봐 무서워"


이 말에는 단순한 죽음의 두려움이 아니라:


존엄하지 못한 죽음에 대한 공포

사회와 단절된 삶에 대한 절망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한 의문

마지막 순간에도 혼자일 것에 대한 두려움



돌봄의 진정한 의미


단순한 서비스 제공을 넘어서:



존재 자체를 인정받는다는 느낌

누군가 나를 기억하고 있다는 안심

위급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

마지막까지 존엄을 지킬 수 있다는 믿음



작은 변화들


활동 보조인 서비스 이후:


투석 후 따뜻한 식사 가능

병원 동행으로 안전한 이동

일상 대화 상대 생김

응급상황에 대한 불안감 감소



안전망 구축 이후:


스마트 플러그로 일상 모니터링

응급 안전벨로 위급 시 즉시 연락 가능

고독사에 대한 공포 완화

심리적 안정감 증대



신장 투석 환자의 특별한 요구


의료적 요구:


정기적인 투석 (주 3회, 각 4시간)

수분 및 식이 관리

약물 복용 관리

감염 예방



사회적 요구:


투석 스케줄에 맞춘 사회서비스

이동 지원 (투석 센터까지)

응급상황 대응 체계

사회적 관계 유지 지원



지역사회의 역할


복지관의 역할:


개별 욕구 파악

적절한 서비스 연계

지속적인 관계 유지

위기상황 모니터링


지역사회의 역할:


고독사 방지 시스템 운영

장애인 서비스 제공

의료기관과의 연계

이웃 돌봄 문화 조성



존재의 가치


"감사하다고 인사를 합니다"


이 작은 인사 속에는:


자신을 기억해 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

혼자가 아니라는 것에 대한 안도감

존재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기쁨

지역사회 일원으로서의 소속감



온기가 있는 지역사회


외롭고 쓸쓸한 남성의 삶에서 조금이나마 지역사회 복지관으로부터 온기를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진정한 복지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이 아니라

한 사람의 존재를 소중히 여기는 것

마지막까지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것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



"썩어서 발견될까 봐 무서워"


이 두려움이 **"누군가 나를 기억하고 있어"**라는 안심으로 바뀔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지역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다음 화에서는 "심장이 1분에 50번만 뛰어요"라고 말씀하신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이 이야기는 매일 연재됩니다

《청진기를 든 사회복지사》는 복지 현장에서 건강과 돌봄을 연결하며

사회복지사로서 마주한 경험을 기록한 실천 에세이입니다.


・일상 이야기와 활동 후기는 블로그에서 함께 나누고 있어요

https://blog.naver.com/ju8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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