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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생강 Sep 27. 2022

엄마 따라 하기

나도 엄마처럼

‘이리 와서 간좀 봐줘’

우리들이 보기에 오마니와 아버지는 사랑의 표현이 많은 부부는 아니었다.

하지만 오마니는 조물조물 초록 나물을 무칠 때나 보글보글 맵싹한 된장찌개를 끓일 때 언제나 아버지를 부엌으로 불렀다.

‘이거 간이 맞나 좀 맛 좀 봐줘’

언제나 느릿느릿 세상 바쁠 것 없는 아버지는 못 이기는 척 굼뜨게 부엌으로 가서는 엄마 앞에 서서 입을 크게 벌렸다.

‘아~’

오마니는 깨와 양념이 묻은 손으로 미나리무침을 아버지의 입속에 넣어주고 아버지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맛있네! 쪼매 더 묵어보고’

아버지는 기분이 좋아진 듯 입맛을 다시며 ‘맛있다, 맛있다’하며 우리를 부르셨다.

우리는 어미새 앞의 네 마리의 새끼 제비처럼 입을 차례로 벌리고 서있곤 했다.

오마니는 하트가 가득한 눈으로 환하게 웃으며 입속에 갓 무친 나물을 차례대로 떨구어 주었다.

그 순간들이 참 좋았고 오마니가 집안 가득 사랑을 피워내는 느낌이 들었다.


시간은 흘렀고 이제는 내가 엄마가 되어 오마니가 주방에서 했던 것을 그대로 따라 한다.

오마니가 그랬던 것처럼 보글보글 된장찌개를 끓이고 조물조물 초록 나물을 무친다.

아, 지혜야, 이리 와서 음식 간좀 봐줄래?’

호박이 끓는 된장찌개를 작은 그릇에 덜어 건넨다.

‘우와! 환상! 이 맛이야! 한번 더! 한번 더!’

아이들의 웃음과 함께 감탄이 쏟아진다. 마치 눈에서 행복한 하트가 뿅뿅하고 마구마구 쏟아져 나오는 것 같다.

거실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티브이 보던 아이들의 아빠도 슬그머니 와서 맛보길 기다린다.

우리 집 부엌에 보글보글 지글지글 맛있는 소리가 나고 참기름 넣은 초록 나물이 무쳐진다.

나는 또 오마니처럼,

‘모두 이리 와서 아~ 간좀 봐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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