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살 필요가 있을까?

키워드: 운명

by 철없는 철학자


"인생은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 이것이 사춘기의 내가 삶에 대해 내린 결론이었다. "


양귀자의 소설, <모순> 속에서 주인공 안진진이 사춘기 시적 자신의 삶에 대해 내린 결론의 일부분이다. 이야기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삶이 이토록 지리멸렬해진 것을 모두 다 부모 탓으로 돌릴 생각은 없다고 이야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똑같은 조건에서 출발했음에도 항상 가난해야 했던 자신의 삶을 어쩔 수 없는 '운명'이었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스크린샷 2025-02-06 오전 12.44.34.png 인생은 모순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살아볼만 한 것.


과연 우리의 삶은 어떨까..? 모든 것은 정해져 있어 한 치 앞도 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것일까? 아니면 반대로 정해져 있는 것은 하나도 없고 세상만사는 내가 자유의지를 통해 선택해 나가는 것에 따르는 것일까.


먼저, 모든 것은 정해져 있다고 보는 입장이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흔히 운명론이라 알고 있는 '숙명론'에서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 본다. 특히, 현상의 결과가 나타나는 데는 어떠한 특정 원리도 개입하지 않으며 오직 운이나 우연에 따라 (혹은 신의 섭리에 따라) 그 시간표 대로 일어날 일이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모든 것은 정해져 있지만, 하나의 법칙에 기반한다고 보는 입장도 있다. 바로, '결정론'이다. 결정론에서는 모든 사건이 이전의 원인에 따라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즉, 자연의 법칙에 따라 세상의 모든 사건은 반드시 특정한 방식으로 진행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우연이나 개인의 선택 따위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본다.

반대로, 법칙에 따라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것들 외에 일부의 것은 개인의 선택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고 보는 입장도 있다. 바로, '비결정론'이 그것이다. 그들은 인간의 선택이나 자연의 현상들이 오롯이 원인에 의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능성 중 하나가 우연히 선택될 수 있는 가능성을 말한다. 즉, 인간의 노력에 따른 자유의지가 그 빛을 발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입장들 중 필자의 입장 또한 학창 시절에는 '운명론'에 가까운 편이었다. 세상의 많은 것들, 특히 공부나 연애, 스포츠 경기와 같은 일들은 내가 원한다고 해서 잘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타고난 기질과 필연적인 우연들이 하나하의 개별 사건을 만들고, 그것이 모여 모두의 인생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말을 듣고 미래를 대하는 나의 태도가 변한 적이 있다. 그리고, 운명과 노력에 대한 나의 가치관도 자유의지를 인정하는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그 말은,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전체는 되는대로"

였다.


스크린샷 2025-02-06 오전 12.45.12.png 이 안경에서 놀라운 통찰력이 뿜어져나오는 건가..?


참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소설 속 안진진이나 학창 시절의 필자가 자꾸만 일련의 우연들 뒤에 무기력하게 숨으려고 했던 이유는 '인생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 없음'을 인식했기 때문일 테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에게는 눈앞에 주어진 '하루' 정도를 열심히 살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은 인정해야 할 것만 같다. 그런 하루들이 쌓여서 취업에 얼마나 빨리 성공할지, 결혼을 언제 하고 가정은 또 언제 꾸릴지는 나의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하루 속에서, 우리는 열심히 공부할 것인지, 연인과 데이트를 할 것인지 혹은 마라톤을 도전해 볼 것인지에 대한 사소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는 갖는다고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누군가가 '열심히 살 필요가 있을까?"라고 말할 때에, 자신감 있게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오늘도 열심히 살았고, 내일도 그럴 것이다.



"인생은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를 걸고라도 탐구하면서 살아야 하는 무엇이다.... 그것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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