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불안
"단 한 번도 '이번 걸 될 거야'라고 확신하고 하는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어차피 불확실한 거라면 그냥 내 소신껏, 하나하나 열심히
만들어가는 것 같고, 그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5년 만의 SF영화 미키 17로 돌아온 봉준호 감독이 이전에 자신이 다녔던 영화 학교 학생들에게 전달해 준 인터뷰 내용의 일부이다.
근래 들어 다른 어느 때보다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은밀하게 나의 방안에 침입하고 있다. 아무래도 이제는 4학년까지 마친 초과학기생으로서, 취업에 대한 고민이 현실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시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생각의 기저에는 내면에서 떠오르는 여러 가지 전제가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시간과 기회가 한정적이라는 현실적인 조건, 또 내가 지금 하는 방법이 맞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의심', 이 두 가지가 우리로 하여금 당연할 수밖에 없는 연습의 시기를 못 견디게 막는다.
먼저 기회와 시간의 유한성을 살펴보자.
"이봐, 죽는 건 기분이 어때?"
만약 내가 미키처럼 수없이 도전하여도 재생할 수 있는 무한한 기회를 제공받는다면 모르겠지만, 26살의 나도 한 번이고, 27살의 나도 한번뿐이다. 그 시기가 지나버리면, 그 시기에 공부하거나 체험하거나 지원했을 수 있는 수많은 기회들은 미루어 저장되지 않는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는 일회성인 모든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게 된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라는 생각은, 뭐라도 계속해야 할 것 같은 강박적인 느낌을 준다.
두 번째는 '지금의 나'가 맞는지에 대한 의심이다.
"답답하고 불안하지만 일해야지"
인류를 위해 'expendable', 즉 소모품이 되어버린 미키는 끝없는 죽음과 프린트를 반복하며 끊임없이 사용자들이 원하는 실험에 참여한다. 그 이유나 목적은 때로 상실한 채, 맹목적으로 실험의 도구가 되어 외계 행성을 누빈다.
취업을 앞둔 나를 포함한 수많은 취준생들... 또한 마찬가지다. 물론, 누군가에게 조종당하거나 죽임을 당하는 개체는 아니지만 적어도 때로 우리는 관성적으로 우리가 하던 일을 한다. '꿈'을 좇아 달려간다고 하지만, 열심히 일하면서도 매일 반복되는 비슷한 패턴 속에서 개인은 '내가 맞게 하고 있나?'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게 된다. 끝나지 않는 불안함 속에서...
"산에 오르고 싶은 거야?
정상부터 바라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일단 신발을 신고 끈부터 묶어.
그럼 일단 모든 준비는 끝난 거야."
"내 꿈은 이 분야 최고가 되는 거야. 그건 변함이 없어.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모든 순간에 '이게 무조건 맞아'라는 확신을 가진 건 아니거든?
그냥 미친 듯이 꾸준하게 달려온 거 같아. 언젠간 도달하겠지 라는 생각으로."
이른바 이미 해당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성공을 이뤄낸 사람들이 한 말이다. 어차피, 인생은 정답지가 있는 것이 아니고 수많은 우연과 실력이 겹쳐져야 하는 것이라면 위 두 사람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는 한 개도 없다.
오늘도, 최선을 다해서 앞으로 나아가자. 그거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