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차려보니 어느새 남편과 나는 행복한 돼지가 되어 있었다.
요즘 인스타그램 릴스에서 '전여친(혹은 전남친)을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유행인데 그 내용인즉슨, 연애하던 시절 예쁘고 멋있는 모습과 결혼 후 푸짐하게(?) 변한 현재 모습을 비교해 놓은 것이다. 과거와 현재의 갭 차이가 클수록 유저들의 큰 호응을 받는 식이다. 그 영상이 인스타 피드에 뜰 때마다 마냥 웃기만 할 수 없는 게 우리 부부의 모습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혼하면 살이 찐다는 말은 거의 학계의 정설처럼 퍼져있는 이야기지만, 그게 정말 나의 현실이 될 줄은 몰랐다. 조금 재수 없는 이야기지만 나는 살면서 몸무게가 큰 변화가 없었고, 살이 확 쪄본 적이 없어서 더욱더 경각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 같다. 어쩌면 결혼 생활이 행복한 만큼 살이 찐다는, 듣기 좋게 포장된 말에 현혹되어서 점점 불어나는 몸을 보면서도 애써 외면한 건지 모른다.
결혼하면 왜 살이 찔까? 내 나름대로 분석해 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결혼 적령기가 되면 살이 찌기 쉬운 나이대가 된다. 보통 요즘 커플들은 30대 초반~중반 정도에 결혼하기 때문에 기초대사량이 높은 20대 시절에 비해 쉽게 살이 붙는 것이 아닐까. 두 번째, 같이 먹을 사람이 생기니 배달음식을 자주 시키게 된다. 혼자 자취를 할 때는 1인분만 배달되는 곳이 적기도 하고, 항상 음식이 많이 남아서 배달을 꺼리게 되었다. 그러나 결혼하고 함께 먹을 사람이 생기니 낮이든 밤이든 맛있는 걸 시켜 먹는 데 망설임이 없어졌다. 세 번째, 서로 꾸미지 않은 편한 모습에 익숙해지니 외모를 가꾸는 것에도 점점 소홀하게 된다. 연애할 때는 그래도 멀끔하게 꾸미고 밖에서 데이트를 하며 시간을 보냈지만, 결혼하니 피곤한 데이트보다는 소파에 파묻혀 뒹구는 게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정신 차려보니 어느새 남편과 나는 행복한 돼지가 되어 있었다. 둘 다 10킬로 이상 살이 쪄버렸고, 나는 그제야 현실을 자각한 뒤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인생 첫 다이어트를 앞두고 일단 유튜브에서 다이어트 관련영상을 섭렵하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이미 다이어트에 성공한 선구자들의 꿀팁이 가득했고, 쿠팡에는 클릭하면 다음 날 집 앞까지 배송되는 다이어트 식품들을 다양하게 팔고 있었다. 집에서 횡단보도만 건너면 갈 수 있는 필라테스 학원에도 등록했다. 식단과 운동을 열심히 하면서 인생 첫 다이어트에 가열하게 몰두하던 시기에 나의 가장 큰 걸림돌은 다름 아닌 남편이었다. 그는 내 다이어트에 누구보다 큰 응원과 지지를 보냈지만 본인이 기꺼이 함께할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늦은 밤 라면 냄새를 풀풀 풍기는 그 때문에 굳은 의지를 놓을 뻔한 순간이 얼마나 많았는지..
남편의 훼방(?)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나는 6개월 만에 10킬로가량을 감량하는 것에 성공했다. 지금은 유지어터로 힘든 식단과는 이별을 고했지만 여전히 운동의 끈은 놓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게 웬걸? 훼방꾼 남편도 다이어트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남편의 만성적인 허리 통증이 점점 심해져 정형외과에서 MRI를 찍었는데 디스크 직전 단계라 관리가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그리고 의사의 처방은 주사도 약도 아닌 '체중 감량' 이였다. 병원에 다녀온 날, 남편은 결국 다이어트 선언을 하게 되었다. 그러게 내가 다이어트할 때 같이 했으면 얼마나 좋았겠냐며 남편을 한 껏 놀려주고, 그의 다이어트 전 마지막 만찬으로 함께 중식을 먹었다. 앞으로 10킬로 뺄 때까지 짜장면 금지라는 조건으로. 이제는 함께 먹는 행복보다는, 함께 운동하는 행복을 느껴볼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