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希)이 바람(風)에게

- 퇴임을 맞는 큰오빠께 보내는 시와 편지

by 별숲지기
당신의 바람을 바람이 실어준다면
우리 삶은 꿈빛으로 가득할 텐데





달이 바뀌니

촉촉한 바람이

푸른 하늘을 간지럽히고

고단하게 더운 흙을

살랑거리며 어루만지는데


바뀐다는 건

여기에서 그곳으로

이 삶이 그러한 삶으로

시간이 가면 저절로 흐르는 게

아니었던가


동충하초는

겨울에는 곤충으로

여름에는 풀로 바뀌면서

특유의 약효를 얻게 되었다더니


이제, 훨훨

몸이 마음의 소리를 따라가

영원히 그리워하던 당신의 바람을

향기로이 끌어내

사뿐히 내려앉아 준다면


당신 또한, 동충하초 마냥

새삶의 기적을 일으키지 않을까요

더 뭉클한 바람이 되어

조금만 스쳐도

사랑 한가득 흐를 것 같은


생의 환절기를 껴안은

그토록 간절한 당신의 바람이

여기, 우리에게도

이토록 시원하게 다가올 거예요


- 2024. 08. 30.

새출발을 더없이 응원합니다. 모두의 바람을 바람에 실어

긴 여정을 마친 큰오빠의 퇴임을 축하하며 이 시를 보내드립니다.





나의 큰오빠,

다들 구구단을 깨칠 나이에 인형놀이에만 빠져있던 저에게 찾아와,

"구구단을 모두 외울 때까지 여기서 내려가지 말자"

그 말이 제 공부의 시작이었나 봅니다.


11살 차이 나는 오빠 따라 저도 꿈에 그리던 교사가 되었지요.


국어교육과 대학생이던 오빠가 온다는 날엔

어김없이 툇마루에 앉아 앞산을 바라보며

'선구자'를 부릅니다.

마지막 소절을 길게 끌다 보면

마당으로 들어서는 오빠의 모습이

항상 그 노래의 끝에 있었습니다.


엄하고 자상하고 따뜻했던 그 오빠,

오빠가 아프다고 들었어요

그럼에도

자연 속에서 시를 읊으며 행복을 가꾸는 오빠에게



이 가을,
바람이 닿는 곳마다
오빠의 미소와 향기가 깃들길.
새 삶을 향한 큰오빠의 걸음을
진심으로, 힘껏 응원합니다.
퇴임을 축하드리며
사랑하는 동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