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쉰 더하기 한 살 엄마가 열 다섯 딸에게
아가야,
너는 볼 수 없지만
나만 보이는 게 있단다
너의 눈 속 가득
검게 일렁이는
그때 그 외로움을
바람에 싸여 맴돌기만 한
애달픈 나의 노래가
너라는 도돌이표로 다시 돌아와
서러운 메아리 되어
귀를 사납게 내치고
아픈 상처를 들추어내지
너의 눈 속 깊이
가득 고인
방황의 파문을
누군가 부러워해 몽땅 꺼내었다면
좀처럼 남아있지 않으련만
까끌한 조약돌 되어
가슴속에서 젖어가고 있었다
툭 펼쳐진 강 위
높이 떠있는 가느다란 외줄
홀로 외줄의 두려움에 걸려
고약한 숨을 몰아쉬다
따뜻한 강줄기에 타지 못했던
그때 그 나이
마음껏 사랑스러워
그때 들리지 않던 강의 노래가
둥글게 오므라든 낡은 귀에는
가장 편안하게 밀려와
먼 훗날 너 역시도
마주한 또 다른 눈에서
지금의 소리를 듣고 있겠지
흰 외줄의 두려움에 떠는 너도
푸른 강의 포근함을 담은 나도
흐르는 하나의 인생이기에
너가 지어낸
그 모오든
숨, 나들이가
참, 아름답다
2024. 05. 22.
(*마주 본 너의 눈 속에서 엄마의 어린 추억이 떠오른 날, 그런 날 작은 딸에게 띄운다 )
며칠 전, 큰 오빠 딸들이 놀러 왔어요.
큰조카가 저에게 물었지요.
"고모는 요즘 어떻게 지내?"
하고 싶은 말은 참 많지만, 마음이 여린 조카에게 고모의 힘듦이 짐이 될까 봐
"막살아"라고 가볍게 대답했지요.
그러자 조카가 되묻습니다.
"막사는 게 뭐야?"
저는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했지만, 살뜰히 살펴주는 조카의 질문에 진실한 마음을 이야기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조카는 아직 결혼하지 않은 30대이지만 저의 20대의 꿈과 방황을 잘 알고 있는 마음 따뜻한 아이거든요.
"나는 늘 계획대로 살아왔어. 그런데 이제는 계획대로만 할 수 없다는 걸 자주 느껴. 내가 그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도 다 누군가의 도움 덕분이었지. 그래서 이젠 딱히 계획을 세우지 않아. 그냥 나에게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마음을 내려놓고 살다 보니 너에게 막산다고 말을 한 것 같아."
고모, 그건 막 사는 게 아니네. 흐르는 강물처럼 사는 거네.......
그렇구나. 흐르는 강물처럼.......
조카의 질문은 제 삶을 따듯하게 어루만지게 했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흐르는 강물처럼, 누군가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와서, 또 누군가의 사랑을 품고 흘러가는 삶.
주변 분들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여기까지 걸어오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 고마움을 다시 떠올립니다.
고3 담임 선생님, 같이 일하는 동료 선생님들, 친구들 그리고 우리 가족들
가장 다정하고 가장 마음이 여린 나의 둘째 딸.
저에게 엄마로 살아가는 이 시간이 없었다면
누군가의 삶에 진심으로 다가가지 못했을 거예요.
저는 ‘엄마’라는 이름을 통해 그것을 배웠습니다.
계획대로 이루지 못하는 순간에도, 함께 흘러가는 사랑이 있기에 삶은 여전히 아름답다는 것을요.
그래서 저에게 '엄마'라는 이름은
세상에서 가장 귀한, 아름다운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선물을 준 우리 가족에게 오늘은 더 고마운 마음을 갖고 힘을 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