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학교 졸업식 앞에서
15년 전,
내 눈에 스며든 너의 모든 것은
향긋한 노을이었어
뱃속에서 파문처럼 번지던 작은 울림
빛의 틈을 찢고 첫울음이 터질 때
영롱한 아침이었어
여린 꽃망울이 터지듯
서서히 일어나더니, 드디어
사랑스럽게 안기는 소리
‘엄마’
입술 위에 새싹처럼 돋아난
찬란한 울림이었어
두근두근 설레는 기다림이
한껏 부풀어져, 어느덧
시간이 흐른 것뿐인데
또다시 찾아온
기다려야만 하는 순간들이
이제는, 왜
흐릿한 겨울 안개로만 느껴질까
넌 그때처럼 여전히
푸르게 자라고 있는
여린 연둣잎일 뿐인데....
너의 손과 발이 그려내는 모든 순간이
마음을 할퀴는 진동이 아니라
푸르게 단단해지기 위한
또 다른 시작의 종소리일거야
15년 전,
그때 그 아가를 돌아보듯
여린 소녀로 자란 너를 본다면 말이야
그때 엄마였던 지금의 내가
꽁꽁 동여맨 무거운 마음
두 손으로 힘껏 움켜잡고, 다시
한 발씩 내딛는 너의 모든 순간이
오래전부터 자라고 있는
기적이었어
이건
기적이야
2026년 1월 8일
둘째 아이의 중학교 졸업식에서
그동안 마음속에 눌러 두었던 여러 생각들이
조용히 고개를 들었습니다.
이 시는, 그날 졸업식 자리에서
문득 제 안에서 조용히 자라난 마음이었습니다.
아이가 다닌 학교는 작은 시골학교입니다.
졸업생이 모두 10명이지요.
대학교 졸업식처럼 졸업가운과 학사모를 쓰고,
스무 명도 채 되지 않는 귀여운 후배들의 축하 공연이 끝나자
졸업생 한 명 한 명이 주인공이 되어 무대에 올랐습니다.
어린 시절 사진과 함께
모두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스크린에 천천히 떠올랐고,
따뜻한 박수 속에서
졸업장과 꽃다발, 장학금과 상장을 받고 내려오면,
한쪽에 길게 서 계신 선생님 한 분 한 분과
마지막 악수를 나누는 시간이 이어졌지요.
지난 시간을 다시금 떠올리다
울컥 눈물을 흘리게 하는
졸업식 풍경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학교 공동체만으로 꾸린
가장 아름다운 졸업식을 마주한 후,
저는 1박 2일 동안 꼼짝없이 아팠습니다.
이런 학교가 존재한다는 것이 든든했고
선생님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고마웠고
힘들었지만 여기까지 와준 아이가 너무나 대견했기에
그 모든 생각이 한꺼번에 밀려와
몸이 먼저 반응해 버린 듯했습니다.
중학교 졸업을 맞이한 모든 친구들,
그리고 그 곁에서 말없이 기다려 준 부모님들과 함께
‘지금도 자라고 있는 기적’을
이 시를 통해 조용히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