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빛이어서 미안하다
꽃빛이어서 미안하다
너는 어떻게 파르르 떨면서도
이곳으로 다시 올 수 있었니
작은 바람에도 소스라쳐 놀라는
가냘픈 몸으로도 어떻게
여린 잎을 수없이 품고 있었니
너를 돌보는 이,
누가 있었니
마른 흙을 일으키던 바람은
너를 떨어뜨리고
세상을 하얗게 지우던 눈송이는
너를 무너뜨리고
너를 돌보는 이 없었는데
너는 이곳에 다시 찾아와
애써서 화사하게 웃을 수 있었니
그 모든 아픔에도
피어나게 한
너를 돌보는 이
그냥, 너였니
거룩한 숨빛으로 빚어낸 연한 초록이
눈부시게 반짝일 때
꽃빛 속에서 환호성이 짙어질 때
차마, 고개 숙이고
서성이는 그림자가 있다면
너를 지켜주지 못하는
오래도록 사무친
미안함이야
찬란한 시간을 뚫고
당당히 피어난 꽃잎처럼
다만,
나의 너에게
그 연둣잎 하나
조용히 닿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