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일지1(2)
물건을 찾고 싶다는 열망이 차오르자 알 수 없는 무언가가 가슴 속에서 마구 끓어 올랐다.
“콜록, 콜록, 콜록, 켁켁…….”
해경은 다시 기침을 시작했다. 흥분을 한 탓인지 몸이 조금씩 뜨거워지고 있었다.
“콜록, 콜록, 켁, 켁…….”
기침은 점점 심해지고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올라올 것 같은 느낌이 들자, 해경은 미닫이 문을 열고 밖을 향해 소리쳤다.
“금홍이 나 가베(커피) 한 잔만 부탁해.”
밖에 있던 금홍이가 해경의 방 문을 열고 가베를 방 안에 놓으며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아니, 방이 이게 뭐예요. 책은 왜 다 바닥에 떨어져 있어요.”
“미안, 미안. 내 곧 치우도록 하지. 그런데 조금만 있다가. 미안해.”
“아니면 내가 치워줘요?”
“아니야, 아니야. 내가 치울게.”
해경은 가베를 받아들고 서둘러 방 문을 닫았다.
그리고 가베로 입을 축이고는 다시 선문답 같은 종이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무언가 알 듯 말 듯 머리 속을 맴돌았지만, 정확히 그것이 무엇인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가베를 한 번에 들이킨 해경은 서둘러 외투를 걸치고 방을 나왔다.
“어디가요?”
금홍이가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해경은 아무 소리도 없이 잽싸게 밖으로 뛰어나갔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해경이 급하게 도착한 곳은 종이를 건네 받은 바로 그 장소였다.
해경은 종이를 얻은 장소에 서서 종이를 들고 글자 하나하나를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읽어 보았다.
시와도 같은 첫 구절, 그러니까 첫 연에서는 분명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방향은 달이 기우는 서쪽이라는 것도 확실해 보였다. 서쪽 달이 경루에 걸린다. 그건 바로 일본식 신식 건물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한옥을 이야기하는 것이 분명했다.
해경은 드디어 첫 번째 실마리에 접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해경이 서 있는 곳은 번화가였다. 골목의 양 옆에는 일본식으로 지어진 신식 건물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그러나 시의 첫 연은 분명 달이 서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까 해경이 가야할 곳은 서쪽, 달이 기우는 곳, 바로 서쪽 방향이었다. 틀릴 수도 있지만 일단 해경은 서쪽이라는 자신의 추리를 믿어보기로 했다.
해경은 서쪽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서쪽에는 너무도 많은 길이 여러 갈래로 나누어져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골목은 굽이굽이 이어져 있었다.
해경은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서 무작정 서쪽 방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이 길을 걸어보기도 하고, 저 길을 걸어보기도 하고,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같은 길을 몇 번씩 뱅뱅 돌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종이에 적힌 장소가 어디를 나타내고 있는지 해경으로서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이 선문답이 나타내는 것은 바로 서쪽인 것만은 확실해 보였지만 서쪽에는 경루에 달이 비치는 곳이 없었다.
‘젠장, 이 많은 길 중에서 어디에 무엇을 숨겨두었다는 거야.’
해경의 생각에 이 길을 다 뒤진다해도 꼬박 한 달은 걸릴 것 같았다.
“휴우!”
해경은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고불고불하게 이어진 길을 계속 바라보았다.
해경이 제자리에 서서 한참 고민을 하고 있을 때, 해가 뉘엿뉘엿지고 있었다.
해경은 오늘은 이쯤에서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갑자기 해경의 목에서 무언가가 울컥하며 솟아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켁, 켁, 콜록, 콜록, 케엑.”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