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뱀 족(2)
일곱 스승과 태랑이는 두 조로 나뉘어 뱀 족이 오는 길목을 지키기로 했다.
한 쪽은 산에서 내려오는 길을, 다른 한 쪽은 마을 입구로 들어가는 길을 각 조별로 지키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수상한 낌새가 조금이라도 느껴지면 서로를 향해 소리를 지르기로 하였다.
둘로 나뉜 패거리는 각자 어둠의 상흔과 그 흔적을 더 찾기 시작하였다.
왜냐하면, 어둠의 상흔이 많은 쪽이 분명 뱀 족이 자주 드나드는 길목일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태랑이와 같은 조에 속한 성호가 미르와 예준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둠의 상흔이 이 길에 가장 많은 것 같아. 그런데 상흔의 크기로 봐서는 숫자가 더 많은 것 같은데. 최소 여섯 이상은 이 길을 지나다닌 것 같지 않아?”
성호의 말에 미르와 예준은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태랑이는 성호가 말한 흔적들을 유심히 바라보며 미르에게 물었다.
“미르 아저씨, 뱀 족이 정말 그렇게 무서운 종족인가요?”
“뱀 족은 독을 다룰 줄 아는 종족 중에서 가장 무서운 종족이지. 어둠의 군대가 되기 전부터 악독하기로 소문난 종족 중 하나였어. 아마 너희 일족도 뱀 족에게 많은 희생을 치렀을 거다.”
“일족도요?”
“뱀 족은 어둠의 아이가 나타나기 전부터 어둠의 편에 숨어 살던 종족 중 하나야.”
“어둠의 아이가 나타나기 전부터 어둠의 군대였다고요?”
“그래, 그들은 어둠의 아이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렸을 거다. 그리고 어둠의 아이가 나타나자마자 기회라도 만난 듯 움직이기 시작했어. 하늘을 날지 못하는 뱀 족은 우리 용 족과의 싸움에서 항상 더 많은 희생을 치렀었거든.”
“아! 뱀 족과 용 족의 전투에서는 용 족이 더 힘이 쎘던거군요.”
“그래. 그런데 어둠의 아이가 나타나고 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졌지. 어둠의 아이로부터 손과 발을 얻은 뱀 족은 더욱 강해졌다. 그들은 독을 발라 공중에 있는 우리에게 비기를 던졌어. 독에 당한 용 족은 하늘에서 떨어져 뱀 족의 입 속으로 들어갔지.”
“으! 어둠의 아이가 역시 강하기는 강하군요. 용 족들도 만만치 않은데, 어둠의 아이에게 힘을 받은 것만으로 용 족과 대등한 싸움을 할 수 있게 되었다니 믿을 수가 없어요.”
“하지만 그건 사실이란다. 어둠의 군대가 된 후에는 용 족에게 더 무차별적인 공격을 퍼부었지. 그런데 뱀 족은 오랫동안 싸워온 용 족만을 공격한 게 아니야. 어둠의 힘을 얻자 모든 종족, 모든 마을을 습격하기 시작했어.”
“다른 종족들도요?”
미르는 잠시 눈을 감고 깊은 생각에 잠기는 듯 했다.
태랑이는 그런 미르를 가만히 올려다 보며 대답을 기다렸다.
“뱀 족은 특히 화족을 주로 공격했단다. 불을 쓰는 화족의 공격은 뱀 족에게 잘 통화지 않았지. 아마 같은 화족이어서 그럴 거야. 뱀 족의 피부가 화족이 던지는 불의 공격을 몸으로 흡수해 버리니까. 그리고 그들은 화족을 산 채로 잡아 먹었단다.”
미르가 말하는 내내 태랑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산채로 뱀 족의 입속으로 들어가버린 화족 꼬마들의 모습을 생객했다.
그 생각만으로도 온몸에 소름이 쫙 끼치는 것 같았다. 아니, 온몸에 닭살이 오돌토돌 돋아나는 것 같았다.
“뱀 족의 독은 얼마나 강해요?”
“뱀 족의 크기와 뱀 족의 생김새 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다만, 보통 너 정도는 한 시간 안에 몸이 축 늘어져 뱀 족의 뱃속으로 들어가게 될거다. 그러니까. 그들이 던지는 비기를 조심해야 해. 그리고 그들이 뱉어내는 침도 조심해야 하고……. 침과 비기 모두 강한 독이 있단다. 그래서 조금만 스쳐도 몸이 천천히 마비되어 그들의 입속으로 들어가고 말거야.”
태랑이는 미르의 말에 또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미르 아저씨, 저 궁금한 게 하나 더 있는데요. 그럼 뱀 족의 약점은 따로 없어요? 어디 약한 곳이 있을 거 아니예요?”
미르는 태랑이의 초롱초롱 빛나는 눈을 보며 대답했다.
“없어. 워낙 사악해서 약점을 찾지를 못 했어. 우리 용 족도 뱀 족과의 치열한 전투로 거의 멸족 위기에 처할 뻔 했었지. 그리고 뱀 족은 어둠의 힘을 얻고 부터는 더욱 강해졌어. 팔과 다리가 생기고 비기를 던지면서 더욱 강해진 거지. 그리고 몸을 자유자재로 비틀 수 있어서 원거리 공격도 잘 통하지 않아. 성호와 예준이의 근거리 공격도 위험하지. 가까이 붙었을 때는 입에서 독을 뿜어내니까.”
태랑이는 미르의 눈빛을 보았다. 용 족과 뱀 족의 오래된 싸움, 그리고 수없이 죽어간 용 족의 전사들. 태랑이는 미르의 눈에서 이글이글 타오르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그건 수참이도 마찬가지였다. 수참이의 토끼 족 역시 뱀 족에게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당해온 종족이다.
화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뱀 족이 가장 자신있게 상대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 많은 토끼 족이 희생되고 말았다.
아니, 어쩌면 태랑이의 생각은 처음부터 잘 못 된 것일지도 모른다. 뱀 족에게 당한 것은 아마 여기 있는 모든 종족일것이었다.
일족 역시 뱀 족에게 죽은 사람이 여럿이 있지 않았던가.
뱀 족의 사악함과 맞서 오랜 시간 싸웠던 날들, 그건 어둠의 아이가 나타나기 전부터 모든 종족들의 전쟁이었다.
어둠의 아이는 단지 그 싸움이 활활 타오르도록 기름을 부은 것 뿐이었다. 뱀 족 안에 있는 탐욕이 더 솟구치도록 그들을 부추긴 것 뿐이었다.
어둠의 아이는 다른 종족을 더 많이 죽이기 위해 뱀 족에게 팔과 다리라는 엄청난 힘을 부여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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