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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당착에 대하여

by bonfire

자기당착에 대하여

나는 일관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생각과 말, 말과 행동, 행동과 삶이 하나로 이어지는 사람.
하지만 살아갈수록, 나는 자주 나 자신과 충돌한다.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를 부정하고,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를 의심한다.
그 모순 속에서 나는 흔들리고, 때로는 멈춰 선다.

자기당착은 철학적 개념이다.
논리적으로 모순되는 두 주장을 동시에 품는 상태.
하지만 그것은 단지 이론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모두는 자기당착 속에서 살아간다.
사랑을 말하면서도 거리를 두고,
자유를 원하면서도 책임을 회피하고,
정의를 외치면서도 편의를 선택한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기당착은 그 앎을 어렵게 만든다.
나는 나를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 앎은 늘 부분적이고, 때로는 착각이다.
자기당착은 그 착각을 드러내는 거울이다.
우리는 그 거울을 외면하거나, 마주하거나, 깨뜨리거나 한다.

자기당착은 부끄럽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적이다.
완벽한 일관성은 기계의 영역이고,
모순을 품는 존재야말로 인간이다.
중요한 건, 그 모순을 인식하고, 질문하고, 사유하는 일이다.
자기당착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나를 다시 이해하는 것.

나는 가끔 나의 모순을 기록한다.
말과 행동이 어긋났던 순간,
신념과 선택이 충돌했던 날들.
그 기록은 나를 정리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복잡함 속에서 나는 조금 더 진실해진다.

자기당착은 결함이 아니라, 사유의 출발점이다.
우리는 그 모순을 통해 질문하고,
질문을 통해 성장하고,
성장을 통해 다시 모순을 품는다.
그 순환 속에서 우리는 인간으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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