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 복수의 발자국
새벽은 검은 장막을 조금씩 걷어내고 있었다.
붉게 물든 하늘 사이로 폐허가 깨어나듯 드러났다.
나는 아이와 함께 무너진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밤새 몸을 떨었지만, 아이는 내 품에서 깊이 잠들어 있었다.
손에는 아직도 피가 묻어 있었다.
어젯밤 약탈자들과의 싸움.
그때의 소리, 비명, 그리고 눈빛이 아직도 귀와 눈에 남아 있었다.
아이를 지켜냈다는 사실보다, 내가 누군가를 상처 입혔다는 기억이 더 무겁게 다가왔다.
우리는 낡은 도로를 따라 걸었다.
아이의 작은 발걸음이 느려질 때마다 나는 속도를 맞춰주었다.
그는 어제와 달리 조금 더 나를 믿는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과연 나는 믿을 만한 사람일까?
내가 택한 폭력은 옳았을까?
정오 무렵, 멀리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재빨리 아이를 뒤로 숨기고 귀를 기울였다.
한두 명이 아니었다.
철저히 맞춰 걷는 규칙적인 소리.
그리고 곧, 그들이 나타났다.
어젯밤 우리를 습격했던 무리였다.
이번엔 다섯 명이었다.
그들의 손에는 둔기와 칼, 심지어 낡은 총 한 자루까지 들려 있었다.
앞장선 사내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눈가는 붕대로 감겨 있었지만, 입술은 비틀린 웃음을 그리고 있었다.
“네가 한 짓, 그대로 갚아주러 왔다.”
아이의 손이 내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그의 눈빛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나는 아이의 손을 꼭 잡으며 뒷걸음질쳤다.
“이 아이는 상관없다. 나만 데려가라.”
나는 본능적으로 외쳤다.
그러나 사내는 비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네가 지키려는 게 저거 아니었나? 네가 사랑하는 걸 빼앗아야 진짜 복수가 되지.”
순간, 머리가 새하얘졌다.
나는 싸워야 할까, 도망쳐야 할까.
이곳에서 맞서면 둘 다 죽을 확률이 높았다.
그러나 도망친다면, 그들이 아이를 잡아갈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숨이 막혔다.
나는 철파이프를 다시 움켜쥐었다.
손끝이 떨렸지만, 이번에는 두려움만으로 가득 차 있지 않았다.
아이의 떨리는 눈동자가 내 안의 무언가를 흔들고 있었다.
“넌 선택해야 해.”
내 안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너 혼자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택하라.’
‘아니면 끝까지 지켜내라. 비록 그 끝이 죽음일지라도.’
나는 아이를 바라봤다.
그의 눈에는 나를 향한 절대적인 의존과, 작은 희망이 깃들어 있었다.
나는 그 눈을 외면할 수 없었다.
나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아이를 내 뒤로 숨긴 채, 파이프를 두 손으로 움켜쥐며 말했다.
“건드리려면, 나부터 넘어야 한다.”
순간, 정적이 흘렀다.
사내가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긴장이 한순간에 터졌다.
싸움은 거칠고 혼란스러웠다.
철과 철이 부딪히고, 피가 튀었다.
숨이 끊어질 듯 가빠졌지만, 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아이를 지키겠다는 단 하나의 결심이 나를 움직였다.
마침내, 총성이 울렸다.
귀가 멍멍해졌다.
사내가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누군가의 총이 폭발한 순간, 나도 땅에 무릎을 꿇었다.
아이의 비명 소리가 어둠을 가르며 울려 퍼졌다.
나는 눈을 감았다.
몸은 무겁고, 의식은 멀어져 갔다.
하지만 그 마지막 순간에도 나는 알았다.
내 선택은 끝까지 그 아이를 지키는 것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선택이 옳았는지는… 이 세상이 증명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