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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수용의 용기

by bonfire

자기수용의 용기

나는 나를 바꾸고 싶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더 강한 존재가 되기 위해,
더 이상 흔들리지 않기 위해.
그래서 나는 나를 고치려 했고, 다듬으려 했고, 때로는 지우려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모든 노력의 바탕엔 ‘지금의 나는 부족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는 걸 깨달았다.
자기계발은 성장의 언어를 쓰지만,
그 속엔 자기부정이 숨어 있다.
나는 나를 사랑하고 싶었지만,
사실은 나를 바꾸고 싶었던 것이다.

자기수용은 그 반대의 길이다.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
완벽하지 않은 나,
때로는 무기력하고, 때로는 모순적인 나.
그 나를 있는 그대로 껴안는 일.
그것은 단순한 태도가 아니라, 깊은 용기다.

철학자 칼 로저스는 말했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변화가 시작된다.”
자기수용은 변화의 반대가 아니라, 변화의 조건이다.
우리는 자신을 미워하면서는 결코 진짜로 바뀔 수 없다.
수용은 멈춤이 아니라, 출발이다.

자기수용은 고요한 싸움이다.
타인의 시선과, 내면의 목소리와, 과거의 기억과 싸워야 한다.
“이래도 괜찮은가.”
“이런 나를 인정해도 되는가.”
그 질문 앞에서 우리는 자주 흔들린다.
하지만 그 흔들림을 견디는 것이 바로 용기다.

나는 가끔 나에게 말한다.
“지금의 너도 괜찮아.”
그 말은 위로가 아니라, 선언이다.
나를 향한 선언.
그 선언이 반복될수록, 나는 조금씩 나와 가까워진다.

자기수용은 완성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매일의 결심이고, 매일의 연습이다.
우리는 늘 흔들리고, 늘 의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나를 껴안는다.

그게 자기수용의 용기다.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모순을 품고,
그럼에도 살아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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