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언어를 배우는 일
나는 자주 말문이 막힌다.
슬플 때, 화날 때, 외로울 때.
그 감정은 분명히 내 안에 있는데,
그걸 어떻게 말로 옮겨야 할지 모를 때가 많다.
그래서 나는 침묵하고,
그 침묵은 오해가 되고,
오해는 거리로 이어진다.
감정은 본능이지만,
감정을 표현하는 건 기술이다.
우리는 기쁨은 쉽게 말하지만,
불안, 분노, 수치심 같은 감정은
자주 숨기거나 왜곡한다.
그 감정들을 말하는 순간,
나의 약함이 드러날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의 한계가 세계의 한계”라고 말했다.
내가 감정을 표현할 수 없다면,
그 감정은 나의 세계에서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우리는 감정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
그 언어는 나를 이해하는 도구이고,
타인과 연결되는 다리다.
감정의 언어를 배우는 일은
자기 자신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일이다.
“나는 지금 왜 불편한가.”
“이 말이 왜 나를 아프게 했는가.”
그 질문을 멈추지 않을 때,
우리는 감정을 단순한 반응이 아니라
하나의 메시지로 받아들일 수 있다.
나는 요즘 감정을 기록한다.
말로 표현하지 못한 감정을
글로, 메모로, 혹은 조용한 독백으로 남긴다.
그 기록은 나를 정리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복잡함 속에서
나는 조금씩 나를 이해하게 된다.
감정의 언어를 배우는 일은
타인을 이해하는 연습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침묵을,
누군가의 짧은 말투를,
누군가의 눈빛을
감정의 언어로 해석할 수 있을 때,
우리는 관계 속에서 더 깊이 연결된다.
감정은 약함이 아니라,
존재의 증거다.
그 감정을 말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더 진실해지고,
더 인간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