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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소리 Jan 30. 2023

회의. 듣고 말하기

일곱 번째 이야기

회의의 핵심은 올바른 질문하기다.


회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업무 중 하나가 회의이다. 

듣고 말하기를 기본으로 사람들의 합의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즉, 타협과 합의를 통한 공유와 의사결정의 시간이다.




입사 때나 지금이나 회의 참 많다.

목적도 참여자도 상황도 모두 제각각이다. 

잠시 일에 대해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진지하게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방안을 찾아 논의하기도 했다.

우리와 같이 연구하고, 기술 개발하는 사람들은 시도 때도 없이 자주 회의를 했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좀 지친다. 집중해서 결정할 건 하고 제발 좀 짧게 끝났으면 한다.

정기적인 회의는 준비의 루틴이 있어 익숙하나 급작스런 회의는 늘 예상을 빗나가곤 한다.


어느 정도 공식적인 회의를 위해서는 많은 이들의 수고로움이 필요하다.

우선 회의가 필요한 주제와 목적이 정해지면 준비하는 사람들은 바빠진다.

회의실과 회의시간 정하기부터가 시작이다. 


일정에 참석 여부가 확인되면 회의 장소, 날짜와 공유할 주제가 담긴 공지 메일을 보낸다. 

20년부터는 코로나가 불러온 비대면 화상회의도 자주 열린다. 이제는 어렵지 않게 진행되는데,

웹벡스나 줌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하여 접속하면 된다.

회의 시간에는 대부분 5분 내외로 도착을 하나 늘 늦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높은 상사가 참석을 한다면 늦지 않겠지만...

다들 분주하게 일하기 때문에 요즘은 전자기기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캘린더를 휴대폰이나 와치에 연동시켜 일정을 기입하고 사전 알람을 설정해 놓으면 잊고 있던 회의도 참석하게 된다.




효율성이 필요한 시대다.


공식적인 회의에선 자리도 중요하다.

피씨와 프로젝터를 연결하는 사람은 통상 맨 앞에 앉는다. 주변으로 관련된 사람들이 앉고,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 중 가장 윗상사는 프로젝터의 가시거리가 가장 좋은 곳에 앉거나 정중앙의 끝에 앉는다.  

그리고 그 자리는 알아서들 비워둔다.

얼핏 보면 보스를 두고 좌우로 도열한 듯한 형태인데, 어느 조직이나 다 비슷하다.


주관하는 사람이 주제와 목적을 말하면서 회의가 시작된다. 

시작은 했으나 자료가 없을 때는 정적이 흐를 때도 많다. 

개인적으로 한 장만 띄워 놓고 논의하길 원하나 그럼 다들 말을 너무 아낀다.

준비를 안 하고 오기 때문인데, 회사라 바쁜 건 인정하나 참석자로 기본은 지켜주길 내심 바라본다.

그러함에도 모르는 것도 중간에 묻도 답하고, 다양한 의견까지 덧붙이면 매우 성공한 회의라 할 수 있다.

질문의 수준을 보면 그 사람의 수준도 같이 보이니 질문은 생각해서 가급적 잘해야 한다.

물론 엉뚱한 질문이나 전현 관련 없는 답을 하기도 한다.


술 취한 사람처럼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를 정도로 이 말 저 말을 섞어하는 사람도 있고, 이삼십 분 이런저런 

얘기를 했으나 아무도 기억 못 하게 끝을 흐리는 사람도 많다.

"대체 뭐라 한 거지?" 그가 의사 결정하는 사람이라면 심각한 지경이 된다.




감정이 섞이지 않을 수 없다.


논의가 활발한 것이 좋기는 하나 격양되면 TV 속 정치인들처럼 말에 감정이 섞이게 된다. 

목소리가 커지고 톤이 변하며 얼굴색이 변한다. 

그런 면에선 코로나가 불러온 마스크가 표정 관리에 도움이 된 듯도 싶다.

완전한 개인 의견 존중, 논리에 맞는 전개까지는 바랄 수는 없다. 

다만 다른 사람의 의견도 듣고, 사리에 맞는 주장을 하는 분위기가 주를 이뤘으면 한다.

그래서 난 중재가가 있는 회의가 좋다. 

말을 가려하지 않거나 우기기로 일관하는 동료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내 말은 했으니, 

휴대폰을 본다거나 패드를 펴놓고 다른 일을 하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서로 귀한 시간을 내어 참석한 만큼 서로의 생각을 읽고, 뭐라도 얻어가길 바란다.




같은 시간 다른 의미.


다짜고짜 따지거나 네거티브로 일관한 사람들, 불만뿐인 사람들도 있다. 

그래도 본인의 생각을 의견으로 주면 나은 편에 속한다.

아무도 준비하고 오지 않을 때도 사실 더 많다. 

모르는 건 잘못이 아니다. 그러나 생각 자체가 없다면 문제다.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하더라도 생각이 퍼져나갈 수 있는 시드는 있어야 한다. 

그래서 다들 가만히만 있는다. 

어차피 시간은 흐를 것이고, 어떠한 결론으로든 진행될 테니 말이다. 

안타깝게도 여전히 시간 낭비는 진행형이다.


회의가 끝나면 회의록을 작성하게 된다.

일종의 증거와 결과물인 셈이다.

합의의 근거로 내세우는 일도 있고, 상대를 옥죄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 다르고 '어' 다른 것이 우리말이라고 그래서 회의록은 잘 써야 한다.

가급적 오해가 없기 위해 디테일한 회의록을 추구하나, 의도적으로 애매모호한 회의록을 주문받기도 한다.

그런 씁쓸한 회의록이 적지 않다. 

완성된 회의록은 날짜와 참석자, 논의된 사항을 기록해서 보내면 비로소 회의는 마무리된다.



누군가는 준비하고 또 누군가는 그냥 온다.


메일로만 업무를 진행하는 회사들도 있다고 하나 적어도 이 회사에서는 회의가 꼭 필요하다고 본다. 

내가 가진 생각과 다른 사람의 의견을 공유할 수도 서로의 부족함을 보완하거나 확장할 수도 있다. 

혹은 새로운 시각으로 현안을 바라보게 될 수도 있다. 

윗사람들 입 맛대로 결정되는 회의 거나 다양성이 실종된 자유 논의가 되지 못하는 회의라면 차라리 하지 않으니만 못하다. 그런 사람들과 회의를 할 때면 말로 표현하지는 않으나 한심하다고 생각한다.

아무 의견도 없고, 결정도 못할 것이라면, 왜 이 일을 하나 싶다. 

그런 사람들의 특징은 핵심적인 질문에 그냥 모른다고 하면 될 것을 장황하고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한다.

간결하지 못한 건 결국 모르는 것이다. 



회의가 일인가?


회의 참석 자체는 일이 아니다. 

학생이 학원을 다닌다고 공부인가?

그건 공부가 아니다. 학원에서 배운 것을 자기체화하지 못하면 부모 돈만 원장주머니에 꽂아줄 뿐이다.

회의 참석 자체를 일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소중한 시간을 회사에서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에 유명한 구글이나 테슬라와 같은 기업의 회의 모습까지 바라지는 않으나

이제는 우리의 회의 문화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어도 회의실에서 만큼은 권위를 버리고 다양성을 받아들이려는 노력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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