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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소리 Feb 02. 2023

코로나 시대, 재택근무

여덟 번째 이야기

2020년 1월 말, 탈출하다.


일주일에 3일씩 대구 옆 공단 도시인 구미에서 지방 출장 근무를 했었다. 

새로 기술 개발한 모델의 최종 양산으로 가는 과정의 업무였고, 연구소와 사업부 합작 프로젝트의 리더였다.

지방 근무는 다들 꺼려한 탓으로 그나마 가정에 부담이 적은 미혼의 후배들 네 명과 함께 하였었다.

젊은 친구들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우리의 월요일은 이동 시간을 고려하여 11시 구미 도착으로 내부 룰을 정했고, 가급적 금요일은 4시 퇴근을 권장해 주었다. 일이 중요하긴 하나 금요일 저녁을 버스나 기차 안에서 보내게 할 수는 없었다.


1월 마지막주 월요일 아침.

출장지 사무실에 도착하니, 여기저기서 시끄럽다.

대구 신천지 사태가 터진 것이다.  

어렵게 관리되고 있던 코로나 확진자가 대구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해 버린 것이다. 

전쟁이라도 발발한 듯 인터넷과 TV에서 난리가 났다.


순간 판단했다. 

자칫하다간  당분간 집에 못 올라갈 수도 있음을… 

프로젝트의 리더로서 당장 진행해야 하는 평가도, 여기서 처리할 일들도 많았지만, 이건 아님을 직감했다.

팀장과 협의하여 2주 후 다시 출장 오는 선에서 스케줄을 재조정하였고, 우리는 그 즉시 탈출했다.

(결론적인 얘기지만 우리는 이후 잠잠해진 시점에 짐을 챙기러 마지막 출장을 가게 된다. ) 


당시 구미에서 대구로 출퇴근하시던 분들은 2주간 기숙사에 격리되어, 가족과 준비 없는 생이별을 하게 

되었단다. 그렇게 나의 직장인 코로나 시대는 시작되었다.


답답하다!


어디를 가나 착용해야 하는 마스크는 필수가 되었으며, 인원 제한으로 이동이 부자연스러워졌으며 안심콜이나 앱을 통하여 출입 인증을 받아야만 했다.

식당에는 칸막이가 설치되었으며, 시끌벅적하던 회사 식당은 순식간에 대화가 단절된 공간이 되어버렸다.

어쩔 수 없이 내 모든 모임과 여행 계획은 취소되었으며, 결혼식과 장례식은 마음만 보내는 게 일상이 되었다.

딸아이는 휴교로 집에서 평화로운 한 때를 보냈으나, 이후 달라진 학교 풍경을 맞이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아이들이 참 안타까운 시절을 보낸 듯싶다. 

긍정적인 부분도 있는데, 손 씻기 등 개인위생관리가 철저하게 되면서 환절기에 감기도 걸리지 않게 되었고, 소아과를 제 집 드나들던 딸아이는 병원에 갈 일이 없어졌다.

평소 당연한 듯 익숙한 삶은 그렇게 한순간에 답답한 일상이 되어 버렸다. 


또 시간은 흘러 마스크 대란은 해결되었지만, 지속되는 정부의 엄격한 통제 하에서 영업시간 단축, 인원 제한, 집단 감염, 백신등 여러 문제는 계속 대두되었다. 

대부분은 참아낼 만하였다. 

잠잠할 때면 한 번씩 터지는 집단 감염에 화가 날 뿐이었다.  


회사에서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인원을 나눠 시행된 재택근무와 화상회의가 보편화되었으며, 확실히 대면 회의는 전보다 많이 감소하였다.

답답한 부분이 없진 않았으나, 온전히 내 일에만 집중하기에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후로 백신 접종과 정부 정책이 여러 차례 변경되었고, 사람들은 점차 위드 코로나 시대에 적응하게 되었다.

그렇게 3년을 보냈다.

잘 피해 다녔으나, 우리 세 식구도 결국 지난 22년 12월에 코로나에 걸리게 되었다. 

마지막에 걸린 난 딱 죽지 않을 만큼 호되게 아픈 시간을 보낸 후에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재택근무. 이거 될까?

나 같은 직장인들에게 첫 경험이기도 하였고, 각자 다르게 다가왔을 재택근무에 대해 지금의 시점에서 생각해 봤다. 

여전히 회사의 재택근무에 대해서는 형평성, 관리적 문제, 성과등 말들이 많다. 

업무, 직책, 출퇴근 소요시간등 처한 상황이 제각각이라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재택근무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본다. 

회사와 업무의 특성에 따라 상황이 다를 것이기에 가장 중요한 가정은 재택근무가 가능한 업무에 한해서다. 

중간관리자로서 멤버들 근태 관리 및 성과를 함께 챙겨야 함에도 필요하다고 봤다.

재택근무라는 것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나, 코로나로 전 세계 어디서나 벌어진 일이었고,  

나름 최선의 자구책으로 마련한 방법이었다.


당연히 부정적인 견해 역시 인식하고 있다.

성과가 낮아지고, 사람들 사이에 관계가 소원해지며, 제대로 근무하지 않는다는 의견들도 많다. 

그러나 편안한 근무 환경, 불필요한 스트레스 감소, 근무 효율성 증대, 출퇴근에 소요되는 소중한 시간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 보완한 점도 분명 존재하나 충분히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보다는 점진적으로 확장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기업들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찾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성과가 낮고, 제대로 근무하지 않는다"는 일종의 편견이 나오게 된 배경을 이해하고 답을 구해야 한다.

규정되지 않은, 애매모호한 업무들에 대해 명확하게 성과로 연결하려는 노력이 이전에는 필요하지 않았다.

"그냥 보고 시키면 되니까…", "같이 일하는 거니까..."

그런 의미에서 국내 기업들이 그동안 제대로 하지 못한 성과라는 지표에 대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업무는 최소단위로 세분화하고 관리는 가급적 사람이 아닌 시스템화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직작인은 프로다. 학생과 같은 아마추어가 아니다. 

재택근무를 해도 성과로 보여주고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으면 되는 것이다. 


이 또한, 시행착오의 과정을 겪겠지만 토요일 오전 근무가 사라졌고, 자율출퇴근제, 유연근무제와 같은 문화가 정착되어 왔듯, 재택근무도 문화로써 정착되어 가길 바란다. 나 역시 사십 대의 중반으로 만나서 얘기하고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편하긴 하나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스크를 벗다.


드디어 23년 1월 30일 만 3년 만에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코로나 시대가 가져왔던 다양한 변화와 시도들을 여러 관점에서 바라보고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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