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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소리 Jan 18. 2023

백암온천

가족 여행_#1

진작 좀 갈걸 그랬다.


일이 생긴 형이 함께 못해 아쉽지만 누나와 엄마를 모시고 여행을 떠났다. 


백암온천. 

집에서 무려 450km나 떨어진 먼 길이다.

이모가 사시는 울산이나 부산은 바다와 도시가 있어 종종 갈 일이 생겼는데, 울진은 내 생애 두 번째다.

십오 년 전쯤 아내와 둘이 강릉에서 경주로 바닷가 국도를 타고 내려가다 들른 곳에 오늘 맘먹고 간다. 


가정이 있는 남매가 엄마를 모시고 가는 여행인데, 집안에 전혀 잡음이 없다. 

'너무 화목한 건가?'

매형이나 며느리 신경 안 쓰시고 당신의 자식들과 맘 편하게 다녀오시게 하고 싶었다.

그런 내 맘을 아닌지 다들 쿨하게 "OK"

 



장거리 여행

처음엔 KTX와 렌터카를 계획했다가 역이 근처도 아니고, 무릎이 좋지 않은 엄마를 모시고 가는 여행이라 

운전을 택했다. (KTX 이용 시 신경주에서 1시간 반정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여행 장소를 백암온천으로 잡은 건 지난번 가족 모임에서였다. 온천 얘기가 나왔고, 2년 전에 무릎 수술로

크게 고생하신 엄마에게 최적의 장소라 다들 이견이 없었다. 




안동 하회마을

경유지 안동.

먼 길을 한 번에 갈 수 없어서 안동을 경유하는 코스를 계획했다.  

엄마 모시고 가는 여행이라 아침 일찍 서둘렀다. 5시에 집을 나서 비타민 음료를 하나 마신 후 바로 출발했다.

평일이라 출근 시간을 피하자 길 위에서의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차 안에서 이야기 꽃이 핀 탓으로 10시가 조금 넘었는데, 어느새 코 앞이 안동이다.  




하회마을 셔틀버스

살면서 한 번도 와 보시지 못했다는 하회마을을 첫 여행지로 선택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매표를 한 후 약 5분 남짓 이동하는 셔틀버스를 탔다. 짧은 거리이나 언덕을 넘어야 하는 길이라 노인 분들이나 어린아이가 있는 경우, 무조건 셔틀버스를 타야만 한다. 

애초에 걸어갈 생각이 없던 우리는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우리 셋 외에 커플로 보이는 두 사람이 타자 버스는 바로 출발했고, 언덕을 넘자마자

도착이다. 




마을 강변 소나무
강변 뚝길


하회마을은 엘리자베스 여왕이 다녀간 이후로 더 유명해졌다. 15년 전과 비교해서 상업적인 가게들이 좀 더 늘었을 뿐 예전의 기억 그대로다. 마을을 감싸며 잔잔히 흐르는 낙동강이 있고, 강변에는 품격 있는 소나무 숲이 있으며, 모래밭이 길게 늘어진 곳에 마을이 있다.

기와지붕의 고택들과 아담한 초가집이 한데 어울려 있어, 가는 이의 마음마저 편안하게 하는 곳이다. 

아웃 포커싱 하듯 강 건너 기암절벽 아래로 유유히 흐르는 물줄기를 바라만 봐도 힐링이 되는 그곳이 바로 

하회마을이다. 

그래서 마을로 통하는 도보 길은 셔틀버스, 그 길 밖에는 없다. 




기와집
시간을 거슬러
처마에 걸린 감나무
목화 뭉치

풍류 넘치는 기와집과 잘 정돈된 초가집들이 옛 동네 길에 자리하고 있어 너무 멋스럽다. 

까치밥만 남긴 감나무, 몇 뭉치 남은 목화만으로도 어린 시절 우리네 할머니 댁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투어 코스가 있기는 했지만 크게 동네를 한 바퀴 도는 것으로 길지 않은 시간 여행을 마쳤다. 




간고등어
유명 간고등어 식당

점심은 안동의 대표 음식들 중에서 우리는 간고등어를 택했다. 

문 앞에 블루리본이 무려 8개나 되는 식당으로 향했는데, 평일 점심에도 웨이팅을 했다. 

고등어조림과 간고등어구이를 주문했는데, 기대가 너무 큰 탓인지 그냥 먹을만한 정도였다. 

역시 모든 맛집은 서울에 있다 보다. ㅎㅎㅎ




식사를 마치고 한 시간 반 거리의 백암으로 출발하였다.

백암온천으로 들어가는 길은 굽이진 길이다. 그 길가엔 백일홍 꽃나무가 10km나 이어진다. 

꽃이 피는 시기에 오면 장관이라 다음에는 꼭 8월에 모시고 오리라 마음먹었다.


숙소는 올드했으나 묵직한 해송과 어우러진 주변 산세는 매우 훌륭했다. 

예약한 숙소 옆은 좋은 음식과 백암 온천 단지 내에서도 물 좋기로 유명한 회사 연수원이 있었는데, 

사원증만으로도 예약 없이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었다. 

그것도 무료라니.. 

이런 것으로도 엄마에게 흐뭇함을 드릴 수 있어 다행이다.


특히 이곳 2층 경양식 레스토랑은 맛 집으로 유명해서 오늘 저녁은 그곳으로 정했다. 

평일 저녁이라 천천히 움직였는데, '이런... 웨이팅이다. '

대기 시간을 가늠할 수 없다지만 이건 기다려야만 한다. 




골뱅이 소면
안심스테이크


난 골뱅이 소면을 좋아한다.

찰진 면발에 쫀득한 식감의 골뱅이 달콤 새콤한 소스에 버무려 놓았으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식사도 되면서 소주, 맥주 안주로도 궁합이 좋은 음식이다. 

여기는 딱 신선한 재료와 양념을 아끼지 않은 느낌의 골뱅이 소면 맛집이다. 

심지어 7,000원은 말이 좀 안 되는데...


드시고 싶은 거 말씀하시라고 메뉴판을 건네드렸는데, "아들, 골뱅이 소면 하나 시키자." 하신다.

그리고, 이번에 알았다. 

누나나 엄마도 골뱅이 소면을 나만큼 좋아하신다는 것을, 이제야 그걸 알았다.


결국 골뱅이 소면을 한번 더 주문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알찬 식사를 하고 숙소에 도착하여 긴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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