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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소리 Jan 21. 2023

백암온천

가족 여행#2

또 와야겠다.


아침 먹기 전에 온천욕을 한다. 

노곤함과 개운함이 같이 온다.

간밤에 한잔을 했으니 아침은 우거지해장국으로 다시 속을 채운다.

이런 생각했던 만큼의 여유로움이 좋다.  


울진 성류굴
사랑의 종


아침도 든든하게 먹었고, 몸도 가뿐하다.

주변 관광지를 찾다가 "성류굴"이라는 동굴에 가기로 하였다.

바닷가 길도 좋으나 주변 풍광을 보고자 산길로 방향을 잡았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따라 산을 넘으면 마을이 나오고 다시 산을 넘어 도착하니 내비게이션 예상 시간보다 두 배는 더 걸렸다. 

급한 것 없는 여행이라 그런 느림 또한 즐길 수 있었다.


동굴 속은 결코 쉽지 않았다. 바닥은 미끄럽고, 천정에서는 물이 떨어졌다. 

중간중간 이마를 돌기둥에 부딪칠 위험도 있었다. 고개와 허리를 숙여야 하는 길이 자주 나타났고, 무릎이 좋지 않으신 엄마 걱정이 되었는데, "괜찮다"라고만 하신다.  

다행인 것은 갈 수 있는 최대 거리가 300미터가 채 안된다는 것이었다.   

다양한 형상의 바위와 석주들이 굴 안에서의 볼거리였다.  

"마녀', "하마바위", "로마의 궁전", "사랑의 종" 등 친절하게 이름도 붙여있다.



위아래서 자라는 종유석
물속 종유석 옆 잉어

석회동굴 속 잉어킹?


몇 만년 후에는 만날 듯 위에서 아래로 자라는 종유석과 물 밑에서 자라는 종유석을 보고 있을 때였다.

뭔가 물밑에서 움직인다.


동굴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생물을 아직까지 만나 본 적이 없었으나, 상식선에서 보통 박쥐나 곤충이 산다고는 알고 있다.

사람들이 여행 중 잠시 들러 구경하게 되는 대부분의 강원도 동굴들은 석회굴이다. 우리나라 땅이 그렇다.

당연히 물이 석회수라 물고기가 살기에는 적합하지 못하다. 

그런데, 눈앞에 팔뚝만 한 잉어 한 마리가 유유자적 헤엄치며 놀고 있다.

굴 내부로도 한참을 들어온 곳이고 물길이 여기까지 닿을 수도 없는 거리인데, 이건 뭔가 싶다.

마냥 신기할 뿐이다.

동굴 속에서 처음으로 만난 생물이 잉어라니...


'재들은 뭘 먹고살까?' 궁금해진다. 빛이 없는 동굴 속이라 플랑크톤은 만들어지지 못할 거고, 일반 관광지처럼 뿌려지는 과자 부스러기도 없을 터였다. 분명 어딘가, 지하 수로가 연결되어 있을 것이란 추측만 해본다.

그렇게 잉어킹의 비밀은 숙제로 안고 굴을 나왔다.



대게 한상
볶음밥

점심으로는 영덕 하면 떠오르는 "대게"를 먹기로 했다. 30분 정도 해안도로를 달려 후포항에 도착하자 탁 트인 바다보다는 수많은 식당과 널찍한 주차장이 눈에 들어온다.


아주 실한 대게 두 마리를 찌고, 볶음밥과 대게라면을 먹었는데, 내 입맛이 저렴한 건지 사이드 나온 갓 

부쳐낸 김치전이 가장 훌륭했다. 대게가 잔 맛은 있으나 입안을 가득 채우는 풍미까지 고려하면 게는 역시 

킹크랩이다.

누나도 나와 같은 생각인지 이후에 바닷가에선 회만 먹는 것으로 둘이 노선을 정하였다. 



11월 장미?

엄마가 무리가 되셨는지, 점심 이후에 무척 피곤해하신다.

항구 옆 바다 위를 걷는 해안스카이워크도 걸으려 계획하였으나 무리할 여행이 아니라, 바로 숙소로 향했다.


전날은 저녁이라 미쳐 보지 못했던 이상한 것을 숙소 앞에서 또 만났다. 

오전엔 잉어를 만나더니, 오후엔 11월 말에 만개한 장미는 또 웬 말인가?

뭔가 좀 이상한 하루다.

고작 40년 남짓 배운 그 얄팍한 지식 따위에 고정관념을 갖지 말라는 자연의 계시인가?



맥주

저녁 먹기 전 다시 한차례 온천욕을 하고 어제와 같은 똑같은 코스다.

열기 가득한 온천 후 시원하고 부드러운 맥주 한잔 기가 막히다.

오늘도 인정하는 역시 이 집 소면은 으뜸이다.


마지막 날 아침은 돌아갈 먼 길을 생각해 더 일찍 움직였다.

온천하고 조식 먹고,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하며 알찬 마무리를 하였다.

거동이 불편하신 나이가 되시기 전에 더 자주 모시고 다녀야겠다는 기특한 생각을 하게 된

아주 의미 있고, 즐거운 온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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