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새해 나들이
명절, 가족 나들이는 처음이다.
주말을 품은 명절이라 유난히 짧은 기분이었다.
올해부터는 우리 집도 차례상을 간소화하기로 했다.
만들어야 하는 음식은 최소화로 한 두 가지만 하고, 과일들 위주로 간단히 차례상을 준비했다.
지난해까지 명전 전날 모여 같이 음식 하는 풍경도 사라지면서 한결 더 여유가 생겼다.
어머니가 중심이 되시기는 하나 형수나 아내가 준비해야 하는 것도 많고, 만들어 놓은 음식도 사실처치 곤란이기도 했다. 여러모로 많은 사람들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우리 전통적인 "정성"이라는 부분이 있으나 그럼에도 우리 가족은 올해부터 바꿔보기로 했다.
그러고 보면, 코로나 시기가 우리 차례상까지 변화시키는데 큰 시발점이 된 거 같다.
이제는 음식 준비의 수고로움의 시간도 줄었으니, 가족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도 생각해 봐야겠다.
명절 당일 아침에 차례를 지내기 위해 어머니 집으로 내려갔다.
후다닥 차례를 지내고 오후 늦게 처가에 도착하여 처가 식구들과 한잔을 하였으니 무지 피곤하였다.
초저녁에 한숨 자고 일어나면 딱 좋을 그런 타이밍이었다.
그러나 명절인지라 아내 제안을 순순히 따라야 하는 시간이었다.
세 식구가 광화문에서 열리고 있는 '빛 초롱 축제' 구경을 가자는 아내의 제안은 그렇게 순순히 받아들여졌다. 명절이니까...
차 뒷자리에 실려 도착한 광화문 근처에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고, 어두워 더 화려해진 작품들을 구경하였다. 전시는 이순신 동상에서 경복궁 건너편까지의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되고 있었고, 명절 저녁에 기온이 많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관람객들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전시공간 중간에 설치된 마켓에서는 간단한 먹거리 부스도 마련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젊은 작가들이 그 자리에서 직접 제작하여 판매하는 아기자기한 공예품들도 볼 수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작품들은 왕실 행차나 풍물놀이 같은 전통적인 것부터 우리 문화를 상징하는 여러 가지 발명품과 둘리와 같은 친숙한 캐릭터들까지 화려한 빛 축제에 잘 어울렸다. 아름다운 빛 조형물들과 미디어파사트가 비전문가인 내 눈에도 조화롭게 어울려진 모습이었다. 작품들은 매우 디테일하게 제작되었고, 빛이 과하게 화려하거나 인위적이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평소 아무 곳에나 볼 수 없는 구경거리여서 좀 피곤했으나, 아내 말 듣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올해를 상징하는 토끼가 큰 복주머니를 가슴에 품고 있는 작품이었는데,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라 멈춰 서서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였다. 그만큼 토끼 전체를 사진으로 담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였다. 검은색이면 어땠을까 했으나, 어둠 속에서 빛으로 표현해야 하는 작품의 특성상 제한 사항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2023 설, 기존과 달라진 명절을 보냈다. 아니 우리 가족은 그런 선택을 시작하였다.
뭔지 모를 아쉬움이 있긴 했으나, 가족 모두가 원하는 변화라면 천천히 가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