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여긴 웨이팅도 할 집!
올해 목표 중 하나는 절주다.
평소 술독에 빠져 살지는 않지만 늘 술자리가 좋다.
객관적인 목표로 올해 소주기준 딱 50병만 비우려 한다.
한 달에 네 병 꼴이라 내겐 쉽지 않다.
몇 해 전부터 100병, 즉 월 8병, 다시 정리하면 일주일에 딱 두병만을 마시기로 했었다.
코로나로 모임이 줄어들면서 지난 3년간은 어렵지 않게 목표 달성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올해는 건강을 챙길 나이기도 하고 줄이고자 목표는 지난해의 절반인 50병으로 정했다.
누군가는 코웃음을 칠 수도 있어나 내겐 꽤나 도전적인 목표다.
아내가 술로 바가지를 긁지도 그로 인해 다툼이 있지도 않으나 말이다.
늦은 시간 픽업을 나올 정도니 적어도 술에 있어서는 꽤나 관대한 편이시다.
그래서 늘 미안하면서도 고맙다. ㅎㅎㅎ
뭐.. 여하튼 올해 목표는 이미 정했다.
연말 연초는 늘 오버페이스인데, 올해는 특히나 더 그랬다.
3년간 잘 피하던 코로나를 지난 12월에 걸리는 바람에 모든 송년회 모임을 신년회로 변경했다.
그 바람에 어느새 11병째다. 명절이 있었으니 어느 정도 감안한다 쳐도 이미 두 달 치를 넘었다.
누나를 만나다.
여의도 금융가에서 30년째 일하고 있는 누나는 어릴 때 참 무서우면서도 따뜻한 사람이다.
형과 함께 나무로 만든 방 빗자루가 부러지도록 맞은 기억도 있는데, 본인의 용돈을 쪼개어 편지와 함께 동생들을 보살피던 그런 누나다.
시간이 많이 흘러 이제는 술친구에 가깝다.
멀리 지방에서 살고 있는 형과는 자주 못 만나나 누나 집엔 자주 찾아가서 종종 한잔하곤 한다.
이번 술자리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뭐 먹지?"
"여기 유명한 소라집이 있어. 그거 먹자"
우리 남매는 거의 가리는 게 없다. 고기, 해산물, 날개 달린 조류, 건강미 느끼지는 한정식까지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고 늘 반주를 곁들인다.
오늘은 그중에도 흑산도 소라 집을 선택했다.
점포들 사이 너무 작은 출입문으로 사람들만 찾아올 거 같은 가게.
외부 전경도 식당 내부도 허름해 보이나 맛은 물론 정감이 차다 못해 넘치는 노포식당이다.
당연히 웹에서 예약은 안되며, 사장님께 전화를 하면 예약은 잡아주신다.
내가 퇴근해서 집에 들렀다가 가야 하는 상황이라 미쳐 예약을 못했으니, 내려놓고 웨이팅 할 생각으로 갔다.
역시나 5개의 테이블은 빈자리 없이 앞서 온 손님으로 이미 만석이다.
그렇게 20여분 웨이팅 한 후에야 소라 맛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소라숙회와 무침을 시켰다.
신선함과 쫄깃함의 저 비주얼과 맛 가히 일품이다.
단골손님인 누나 덕분에 소면은 거의 무한 리필급이었고, 서비스로 홍합탕까지 받았다.
그리고 오늘은 진로를 택했다.
추운 날에 밖에 보관해 두신 살얼음과 함께 흘러내리는 첫 잔은 그야말로 예술이다.
오늘은 안주나 분위로 볼 때, 그냥 마셔야겠다.
회사 회식으로 뒤늦게 합류한 매형까지 자리하니 어느새 다섯 병째다.
결국 누나 집에 가서 진하게 공부가주 한 병과 입가심으로 맥주 한 캔을 한 후에야 마무리되었다.
간밤에 세 가지를 섞었더니 아침에 살짝궁 머리가 띵하다.
든든한 해장이 필요하다.
보통 콩나물이나 순대국밥을 먹으나 오늘은 어탕국수를 정했다.
30여분 차를 몰고 간 식당 앞은 11시가 채 안되었으나 이미 만차다.
다행히 웨이팅은 아니란다.
그러고 보면 모든 맛집은 서울에 있나 보다.
(여기는 살짝 벗어난 곳이긴 하지만...)
사람들 중에 민물고기를 이용해 만든 음식을 못 먹는 사람들이 많다.
약간의 흑냄새와 비릿함이 있는 맛이라 낯설고 익숙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어린 시절 냇가에서 물고기 잡아 어죽도 끓어먹고, 튀김도 해 먹던 경험이 나이 들어
이렇게 어죽으로 든든하게 해장도 가능하게 한 듯싶다.
칼칼한 국물과 국수가 술술 먹어가니 간밤에 한잔으로 꽉 찬 속이 풀린다.
이제 1월인데 이대로 가다간 올해 음주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냥 하고 싶은 대로 사는 것이 찰나의 순간을 즐기는 인간다운 모습이 아닐까도 싶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