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명절 이후 매섭게 추운 겨울은 이제 지나간 듯싶다.
이제 나들이 가도 되는 날씨가 되었다.
엄마, 아빠는 삼십 년을 서울에서 살았는데, 딸내미는 아직 도시에 살아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지금 사는 곳이 아주 촌의 느낌이 있는 곳은 아니다.
그래서 볼거리와 체험할게 많은 서울로 박물관, 미술관, 고궁, 맛집 투어를 다니곤 한다.
이번 외출의 시작은 방배김밥이다.
서울에 있는 김밥 맛집을 주말 투어로만 한다면 족히 반년은 걸릴 듯싶다.
첫 번째 목적지가 예술의 전당 '이집트 미라전'이라 방배 김밥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이집트 미라전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꽤 괜찮은 볼거리였다.
특히 약 3분 정도 방영되던 이집트 전설과 미라에 관련된 동영상이 흥미를 끌었는데, 딸내미는 살짝 오싹한 기분도 들었단다. 그게 어떤 포인트인지는 말을 안 해준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불쌍한 악어 미라였다.
고대 이집트시대 종교적인 이유로 제물로 바쳐진 듯한데, 주로 새끼 악어라고 하니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
미라 전시를 보고 이동한 곳은 송파에 위치한 '서울 책 보고'였다.
서울책보고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공공 헌책방으로 우리는 책을 보려고 왔지만, 여러 가지 프로그램도 운영하는 듯하다. 지난 19년에 개관하였는데, 코로나가 한창이던 재작년 스치듯 잠시 방문했다가 이번에는 작정하고 두 번째로 찾았다. 주말인데도 찾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여유 있게 관심 가는 책들을 볼 수 있었다.
책들은 출판사별로 정리되어 있고, 제목이 생각난 책들의 위치는 검색시스템을 이용하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교과서도 몇 권 보관하고 있어서 가물가물한 옛 생각도 나는 곳이었다.
앗!! 슬램덩크다.
완결편인 31권에서 이노우에 작가가 강백호의 슛을 너무 정성껏 한 페이지마다 0.1초씩 그려내 주어, 숨죽이며 수업시간에 보던 바로 그 슬램덩크를 찾았다.
요즘 극장판으로 새로 개봉했다고 하니 감회가 새롭다. 인생 만화책 중 하나인데 이렇게 만날 줄 몰랐다.
그리고 영웅문으로 유명한 무협지의 대가 '김용'선생의 수많은 걸작 중 내가 가장 좋아했던 녹정기를 만났다.
천룡팔부, 화산논검, 사조영운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 소오강호, 설산비호....
거의 30년 지났어도 이렇게 술술 나오는 거 보면 공부는 안 하고 참 열심히 읽었나 보다.
언제 일상의 여유가 되다면 전체 시리즈 다시 꼭 한번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요즘 내가 관심 있는 민화 책들도 적잖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눈길이 가는 한 권은 구매하였다.
민화는 그 서민적인 색채와 우리만의 자연미적인 느낌이 좋아서 계속 눈길이 가는 중이다.
그러나 섬세하지 못한 내가 그리기에는 무리가 있긴 하다.
아무튼 이런 책을 단돈 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니 이곳이 굉장히 만족스럽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서울역사박물관'으로 리모델링한 옛 서울역이다.
문화 공간으로 멋지게 탈바꿈되어 새로운 볼거리라고는 생각했다.
단, 시간이 이미 늦은 오후였고, 아침부터 강행군이라 많이 좀 지친 정신으로 들어가서인지 한지 모빌 만들기 체험을 90 분하고 나니 방전되어 버린 기억만을 남겼다.
이번 주말 한결 포근해진 날씨로 소소한 즐거움으로 하루를 채우고 일상의 행복을 나누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