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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소리 Feb 17. 2023

입증과 성장

열한 번째 이야기

현재의 내 모습을 버려야만 바라는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다. -노자-


어느 정도 오랜 회사 생활을 경험한 직장인들은 크게 두 가지의 전략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한다.

하나는 Proving 전략이고 다른 하나는 Inproving 전략이다. 

Proving은 입증하고자 하는 전략이고, Improving은 스스로 성장하고자 전략이다.   


입증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회사에서 내가 남들보다 낫다는 것을 목표로 삼기에 항상 경쟁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다. 그들은 항상 주변의 인정과 칭찬에 목말라있다.

왜냐하면 그들의 인식 속에선 회사에서 진행되는 업무를 승자와 패자의 개념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과제는 수단과 방법에 상관없이 무조건 성공해야 하는 것이다. 진급에 있어서는 발탁을 바라거나 꼭 승진해야만 한다. 즉, 그들은 남을 이기고 승자가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반면에 성장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경쟁보다는 내가 하는 업무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고자 노력한다.

그들은 상사나 후배에게 본인의 능력을 입증하는 것에 신경 쓰기보다는 스스로 성장하는 것에 더 무게 중심을 두며 직장 생활을 한다. 




내 주변에도 그런 두 가지 유형의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후배들에게 하는 말만 잘 들어 봐도 어떤 식의 전략을 펼치는 사람들인지 파악이 가능하다.

입증하려는 사람들의 특징은 다른 사람들이 들으라는 듯이 후배들을 가르친다. 항상 가르치려고만 든다. 

상대방이 자신보다 모른다는 것을, 그래서 내가 우월하다는 것을 주변에 알리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 자주 하는 질문이 '너 이거 알아?" 같은 질문이다.

그러나 성장하려는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질문하지 않는다. "이거 안다며, 내가 이번에 이 방법 적용해 보려고 하는데, 좋은 생각이나 도움이 될 포인트가 있으면 얘기 좀 해줘."와 같은 질문을 한다.


또한, 입증하려는 사람은 항상 본인이 자신 있는 분야에 한정해서 일을 한다. 왜냐하면 본인의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전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모르는 분야에서의 실수나 실패 가능성을 애초에 없앤 것이다. 그러나 성장하려는 사람은 호기심이 많아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기존에 알던 지속과 연결하려고 시도한다. 왜냐하면 기존의 지식과 새로운 것의 융합을 통해 보다 창의적인 성장이 가능함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입증하려는 사람은 회사에서 계속 일을 한다. 본인이 생각하는 게 항상 옳다고 믿기에 그 방향으로 부단히 도 열심히 한다. 상사가 퇴근하지 않으면 본인도 퇴근하지 않으며, 상사가 휴가를 가면 그 때야 휴가를 떠난다. 

반면에 성장하는 사람들은 취미 활동과 휴식에 가치를 둔다. 일이 있으면 야근이나 휴일 출근을 주저하지 않으나 평소에는 정시퇴근을 생활화한다. 그래서 늘 에너지 있고 활기가 넘칠 수 있는 것이다. 




주변을 살펴보면 회사 생활 꽤 오래 한 동료들 중에 이런 사람들이 명확하게 구분된다. 

내가 속한 조직에서 입증 전략을 구사하는 사람들을 보면, 항상 외톨이 같다. 

위로 올라가기 위해 아등바등하면서도 계속 반복하고, 또 치열하게 일한다. 상사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고, 경쟁자들은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깎아내려한다. 나를 이끌어 줄 강한 줄을 찾고, 그 줄을 견고히 하기 위해 회사에서 정치를 한다. 그렇게 하루의 에너지를 쏟고 나면 과연 무엇이 남을까 싶긴 하다.

나로서는 이런 사람들 이해가 안 되지만 이건 이해의 영역은 아닌 듯싶다. 왜냐하면 다른 것이니까...

반면에 성장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사람들은 자기 계발에 더 충실하고 다양한 정보를 접하는 듯 보이긴 한다.

다만, 회사에서는 직책의 한계로 인해 밀려나는 경우도 종종 목격하게 된다.  

개인마다 직장에서의 목표가 다르기에 어떠한 전략이 더 낫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본다.




지난 나의 직장 생활을 돌이켜 보면, 크게 한쪽으로 치우친 전략을 구사하지는 않은 듯싶다.

초반 십 년 넘게는 꽤 중요한 일을 하게 되면서 내가 원하는 일을 한 기억은 별로 없고, 그냥 해야 하는 일들만 하다가 시간이 많이 흐른 것 같다. 그러면서 중간중간 인정을 받기도 했으나, 아쉬움이 남긴 한다.

지금도 명확한 건 "난 늘 새로운 것을 배우기를 주저한 적은 없었다"라고 자신한다. 


그래서 지금의 목표는 "부끄러워하지 않기다"

내가 속한 직장이 IT 기업이라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지금은 IT(Information Technology) 시대를 넘어 DT(Digital Technology)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이 시대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보다 경험이나 경력이 짧은 후배들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시대라는 의미가 된다. 즉, 사십 대 중반의 내가 이삼십 대 친구들에게 배워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난 인정한다. 

그래서 모르는 것 묻기를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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