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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소리 Mar 02. 2023

임원이 실력만으로 가능한가?

열두 번째 이야기

"역사의 몇 안 되는 철칙 가운데 하나는 사치품은 필수품이 되고, 새로운 의무를 낳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일단 사치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다음에는 의존하기 시작한다. 

마침내는 그것 없이 살 수 없는 지경이 된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중-




기업에서 임원이 될 확률은 0.7%라고 한다. 즉, 1000명 중 단 7명만이 회사에서 스타가 된다는 의미이다. 

직장인이라면 누구가 꿈꾸는 목표이긴 하나 온전히 그것에만 배팅하기에는 확률적으로 너무 낮다.


상무급의 임원. 즉, 계약직 직원이 되며 여러 가지 혜택이 주어진다.

우선 연봉이 오르고, "허"자가 달린 보통 검은색의 리스 차량이 제공된다. 

차량 유지에 관한 일체의 비용도 회사에서 부담한다. 최신 휴대폰 제공이 주기적으로 제공되며, 통신비용

역시 회사에서 부담한다. 더불어 월별 한도는 있으나 문제가 될만한 곳에서 사용만 안 하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법인카드가 제공된다. 적어도 회사 다니면서 본인의 돈을 쓸 일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잖이 쪼잖은 임원들도 많다. 

취급하는 정보의 양이나 레벨에서도 일반 직원들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서 회사는 물론 경쟁사나 시장 전반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양질의 고급 정보를 접하거나 다루게 된다.

그래서 임원이 퇴사할 때는 최신 정보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고문이나 자문으로 묶어두기도 한다.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단점도 여러 가지다. 

단기 계약직이다 보니 매년 성과를 내야 한다. 조직 관리자로서 주어지는 권한만큼 책임감도 무거워진다.

휴가는 임직원 대비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우리 회사의 경우 딱 2주 치 연차가 주어진다고 한다.

그리고, 주말이나 야근 시에도 추가되는 수당이 전혀 없다. 

그러함에도 저녁이든 주말이든 계속 회사 일을 해야 하니, 몸 관리를 안 하면 버텨내기도 쉽지 않다. 




그런 어려운 확률을 뚫고 임원이 된 사람들을 살펴봤다. 

실력으로 승진한 모두가 인정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운이 좋은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운칠기삼"이라고 했던가? 사람이 살아가는 모든 일의 성패는 운에 달린 것이지 노력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 사람들 매우 많다. 

맡게 된 일이 예상보다 크게 되던가, 전혀 주목받지 못한 일이 외부의 영향으로 메인이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런 타이밍에 해당 업무를 맡고 있는 경우엔 운 좋게도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또한 소위 이끌어주는 사람들이 있는 경우, 맡은 업무 자체가 성과 내기 좋은 일들만 하게 된다.

성과가 좋으니 높은 확률로 승진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부단히 노력하고 성과를 내고 있으나, 그런 기회조차 없는 선배들도 많이 보아왔다. 

그게 운과 더불어 학연을 포함한 인맥이 여전히 작용함을 보여주는 듯싶다.


지금은 퇴임한 한상무는 굉장히 운이 좋은 임원이었다. 부서장이 되고 근 2년 만에 부장담당이 되었다가 다시 2년 후에 상무가 된 케이스다. 업무적인 능력으로만 보면 일반 직원들의 희망 같은 존재였다. 

"저런 사람도 임원이 될 수 있구나" 싶을 정도로 딱히 보여준 건 없었기에 그의 임원 발표에 모두의 고개가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다수가 모르는 그만의 콘텐츠가 있었을 것이라 조심스레 짐작해 본다.

계약직 전환 후에도 무려 만 9년간의 상무 생활로 회사 생활을 마쳤으며, 연구직 임원이었기에 예우 차원에서 제공되는 유수 대학의 연구교수로 2년간 더 재직하고 최종 은퇴를 하였다. 

역시 능력이 운을 이기지 못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많은 이들이 여전히 기억하는 선배다.




학벌에 대한 인식이 요즘은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나 회사가 학벌을 보는 이유는 누구나 합리적으로 볼 수 있는 객관적 근거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전부는 아니겠으나, 보편적인 상식 수준에서 보면 좋은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 소위 인재라고 하는 사람들은 고등 교과 과정까지 충실히 수행하였고, 높은 수준의 학업성취도를 시험이라는 동일한 기준에서 보여준 것이다. 성적이 좋았으니 보다 좋은 학교에 입학을 하게 된 것이고, 사회에 나가는 시점에서 확률적으로 보다 유리한 환경에서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성적이 좋으니 지원할 수 있는 학교와 학과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어지게 된 것이다. 물론 주변의 환경과 개인의 능력이라는 변수를 모두 포함하고서의 이야기이다.

나 역시 특별히 선입관을 두고 있지는 않으나 그들의 과거 노력에 대해서는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회사에서의 업무 능력은 인맥 변수를 제외하면 소위 학벌과는 무관한 듯싶다.

회사에서 진행되는 모든 업무란 결국 사람 간의 일이고, 자동화된 여러 시스템 역시 아직까지는 사람이 관리를 해야 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개인적 차이는 있으나 주어진 상황에 대한 판단력과 집중력, 그리고 사람들 간 관계를 제대로 이용하거나 활용하여 업무를 수행하는 능력이 주요한 것이다. 

이런 것들이 개인의 능력이라고 하면, 더 중요한 것이 사실 포지션이다.




처음 회사에 와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지와 어떤 일을 시작하는지가 상당히 중요하다. 

인정받는 리더를 상사로 두거나 회사에서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는 일이거나 앞으로 힘을 실어줄 일을 하게 된다면 일단 절반은 성공한 거나 다름없다. 더구나 그런 좋은 포지션에서 남들보다 노력하여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준다면 누구나 인정받게 된다. 

대조적으로 좋지 않은 포지션에 더하여 층층이 연차 차이도 별로 없는 선배들로 가득 찬 조직에서 시작한다면, 스스로 노력하고 좋은 태도를 보인다고 해도 인정받고 올라가기란 여간해서 쉽지 않게 된다. 

이건 노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회사 생활을 해 보니, 그 좋은 포지션이라는 것은 이미 카르텔처럼 그들만의 리그라 형성되어 있어 웬만해서는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이때 필요한 것이 학연이고 지연인 것이다. 

성장하는 회사라면 다양한 자리와 함께 기회가 많아질 것이기에 좋은 포지션 역시 많겠지만, 이미 정체된 회사라고 하면 포지션 싸움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순수한 시절의 엔지니어도 어느덧 사내 정치가가 되고, 이기기 위한 그들만의 논리를 펼치게 되는 것이다. 한 번 밀리면 웬만해서는 회복하기 어렵기도 하거니와 밀려나면 사바나의 나이 든 외톨이 사자 신세가 되는 것이다.  


회사 생활을 시작하는 신입사원이라면 사원증을 메고 다니게 된 것에 너무 심취하지 말고, 회사에서 중요하게 진행하는 업무이거나 미래에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부서에서 일을 시작해야만 한다. 

무리를 해서라도 꼭 그리 해야만 원하는 포지션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이제 무엇을 향해 가야 하나? 어떤 방향을 잡을지 고민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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