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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의 느낌은 언제나 바뀔 수 있다. <하츠코히>

[Spice up] ep.1 미디어를 탄 소상공인들

by MSG매거진

검색 한 줄이면 다 나오는 세상? 하지만 그 정보..너무 싱겁지 않았나요?

솊디터들이 직접 가보고 듣는 또 다른 이야기.

독자님의 삶의 빈틈에 감각을 깨우는 향신료가 되겠습니다.

MSG 오리지널 생활밀착형 미디어 인터뷰 시리즈 ‘스파이스업'


미디어란 어쩐지 가상의, 허공의 형체가 없는 무언가를 의미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맛집을 검색해서 찾아가고, 오늘 하루 힐링 할 영화를 찾아보고,

유행하는 방송과 유튜브 콘텐츠를 보며 웃고 떠들고,

누군가와 교집합을 만들기도, 나만의 차집합을 만들기도 하며

무한한 시공간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습니다.


EP01. [미디어를 탄 소상공인들]

미디어에 바이럴이 되어 실질적으로 변화를 겪은 사장님들과의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이번 시리즈는 본편, 부록, 리뷰로 약 3주간 연재됩니다.




'처음'에 대한 느낌은 언제나 바뀔 수 있다. <하츠코히>

https://youtu.be/r1Hj6-50B-Q?feature=shared


‘처음’은 누구에게나 설레기도 하고, 서툴게 느껴지기도 하고, 시간이 흐르면 감회가 새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이 ‘첫-’에 많은 의의를 두는 건 이 때문인 것 같습니다.


비 오는 날 5월의 아침 <하츠코히> 오픈 전, 솊디터 셋이 인터뷰를 위해 망원 골목 어귀의 작은 카페를 찾아갔습니다. 사장님 내외(?)분들은 반갑게 저희를 맞아주시고 털털한 대답을 이어 가주셨답니다. 하츠코히는 SNS에서 피드에서 한 번쯤은 스쳤을 확률이 꽤 높으실 겁니다. 고양이와 커피, 나폴리탄, 아기자기한 무드로 유명한 공간이지만, 실은 제한되지 않은 많은 가변성을 품은 공간이라는 이면의 이야기를 듣고 왔는데요.


<하츠코히>는 영화 <하츠코이(첫사랑)>에서 영감을 받은 작명으로 ‘첫 커피’, ‘첫 카페’같은 울림을 주고 싶으셨다고 합니다. 인터뷰를 통해 대화를 나눈 결과 하츠코히는 뚜렷한 틀과 방향 보다는 그때의 흐름에 더 집중하는 곳이었습니다. 마치 무궁무진한 알록달록 귀여운 액체 괴물 같았죠. 뚜렷한 목표보다는 녹아듦과 자연스러움, 사람다움에 가치를 두는 사장님들의 소신에 저희도 뭉근한 기운을 받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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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를 열다

Q1. 가게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현호

원래는 저의 가장 친한 친구가 카페 창업을 준비했었습니다. 그 친구가 지금은 세상을 떠나게 돼서 꿈을 대신 이뤄주고자 이렇게 카페를 열게 되었네요. 원래 그 친구랑 카페를 자주 다니기도 했고, '만약에 카페를 열게 된다면 둘이 같이 해보자' 같은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창업과정을 설명해 드리자면 제가 본업이 해외여행 인솔자거든요. 코로나 시기에 해외여행이 제한적이게 되고 본업을 쉬게 되니까 적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하츠코히’ 문을 열게 됐습니다. 처음엔 혼자 시작했는데 지금은 이렇게 (다해와) 둘이 같이 운영하고 있어요.


Q2. 두 사장님께선 어떻게 함께 하게 되셨나요?

현호

원래는 저 혼자 시작한 가게였어요. 이 친구(다해)가 이제 손님이었는데. 자연스럽게 연인이 되어서..다해는 원래 방송계 일을 하는 친구였는데 일을 그만뒀어요. 최근에 저는 해외여행 인솔자 일이 바빠지면서 지금은 다해가 거의 사장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일을 거의 다 도맡아서 하고 있어요.

다해

저는 카페 일을 하게 될 거라곤,,계획에 있진 않았는데 일을 하다 보니까 적성에 잘 맞아서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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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을 낳는 미디어

Q3. 가게 명은 어쩌다 하츠코히가 된 건가요?

현호

드라마 <하츠코이> 보셨어요? 일본 드라마 <하츠코이>라고 있어요. 여기 이렇게 가게에 First Love 포스터가 붙어있는데…하츠코이가 일본어로 ‘첫사랑’이라는 뜻이거든요. 제가 일본 문화를 좋아하기도 하고 저 작품을 인상 깊게 봐서 커피를 뜻하는 ‘코히’로 언어유희를 해봤습니다. 따지자면 ‘첫 커피’ 이런 뜻으로… 제가 처음 여는 카페이기도 해서요. 복합적인 의미가 있네요.


Q4. 저 작품에 영감을 받으셔서 이렇게 가게 이름을 짓게 되신 거죠?

현호

그렇죠. 아무래도 저 작품에 영감을 많이 받았고 저 이름이 주는 울림이 있어요. 그리고 드라마를 정말 재밌게 봤어요. 말 그대로 첫사랑에 대한 드라마예요. 좀 오글거리는 그런 맛이 있는 드라마인데 오랜만에 옛날 감정을 들게 한 드라마라서 재밌게 봤습니다.


Q5. 가게 오픈한 초반에는 어떠셨어요?

현호

가게를 오픈한지 2년 정도 됐는데, 초반엔 미니멀하고 담백한 느낌이었습니다. 현재의 아기자기하고 아늑한 느낌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가게를 운영하다 보니까 하나씩 채워나가게 됐네요. 가게 초반 분위기를 모르는 손님분들께선 저희가 일본색이 많이 묻어난 카페라고 아실 수 있는데, 처음엔 일본보단 미국 색이 많이 들어간 컨셉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의 손을 타는 가게다 보니까(현재는 다해 사장님의 취향이 많이 반영되다 보니) 요즘엔 일본의 킷사 같은 느낌이 많이 더해진 것 같아요.


Q6. 말씀 주신대로 매장에 사장님들 취향이 많이 묻어나는 것 같은데 <하츠코이> 말고도 영감을 받은 미디어가 있으신가요?

현호

제가 하는 일이 해외여행 인솔자잖아요. 여러 나라의 문화가 제 몸에 체화되고, 거기서 가게의 무드가 레이어드 되는 것 같아요. 해외 나가면 빈티지 샵도 많이 가거든요. 그럴 때마다 빈티지한 무드도 <하츠코히>에 녹이면 좋겠다고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Q7. (뒤를 둘러보고) 가게에 빈티지 의류도 있네요.

현호

원래는 제가 세컨핸즈를 먼저 시작했어요. 세컨핸즈를 하다가 카페를 같이 접목한거예요.해외엔 카페랑 옷을 같이 파는 샵이 많은데 우리나라는 (그 당시에)그렇게 많지가 않았었어요.


제가 일본 가서 (빈티지 의류를) 바잉을 해오는데 해외 인솔자 일로 바빠지고 바잉이 적어지다 보니까 현재는 점점 손을 떼게 됐어요. 이게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했어요. 세컨핸즈를 잘하시는 분들이 많아가지고..제가 큰 경쟁력이 없더라고요. 내가 잘하는 걸 하자 라고 생각해서 카페랑 인솔자 일에 더 집중하게 됐습니다. 지금 뒤에 있는 빈티지 의류들은 다해가 꾸려왔습니다. 옷에 관심이 많고 좋아하다 보니까, 제가 하는 법을 알려줘서 하고 있어요. 지금은 여자 옷이 더 많습니다. 근데….저도 다시 하고 싶기도 해요. 저도 옷을 워낙 좋아하거든요.


Q8. 많은 가능성이 열려있는 가게네요.

현호

N잡러 해야 돼요. 요즘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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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과 하츠코히

Q9. 망원에 가게를 연 이유가 있으신가요?

현호

다른 지역도 발품을 굉장히 많이 팔아봤는데 이 매물이 보자마자 가장 맘에 들었어요. 또 제가 강서 사람인데요, 주로 노는 곳이 합정이나 홍대예요. 놀 때 마포구를 잘 벗어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친숙하기도 했습니다. 망원이 유동 인구가 많고, 사는 사람들도 많고, 괜찮은 요소가 많아서 선택하게 됐습니다.


Q10. 그렇군요. 망원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다해

정이 많다? 망원 사람들 진짜 정이 많고 살기 좋은 곳인 것 같아요. 지금 사는 곳도 망원인데요.

동네에 어르신 분들이 많으시거든요. 나눔도 많이 해주시고 챙김 받고 너무 감사해요. 여기 건물 주인 분도 할머니 신데 엄청 좋으세요. 정이 많고 사람이 좋은 게 이 동네만의 매력이에요. 그리고 뭐가 다 있어요. 있을건 다 있어요. 맛집도 많고요. 굉장히 좋아요. 시장도 있고..없는 게 없는 것 같아요. 한강도 있고 하츠코히도 있고 (?)


Q11. 망원에 카페가 엄청 많은데 그중에서도 하츠코히가 사랑받는 이유는 (사장님으로서) 뭐라고 생각하세요?!

현호

솔직히 제가 할 때는 그렇게 막 인기가 엄청나진 않았어요. 지인들 와가지고 막 그냥 앉아서 커피 먹고 그냥 되게 널널한 느낌이었는데 주인이 바뀌고 인기가 많아졌죠.

다해

솔직하게 말하면 저희 하츠(하츠코히의 마스코트 고양이) 때문이 아니었을까…제일 큰 영향? 그 영향이 진짜 컸어요. 하츠로 의도해서 홍보한 건 아니었지만 하츠가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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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를 탄 소상공인

Q12. 하츠코히가 SNS에 많이 소개되잖아요. 예상하셨는지, 체감하는 변화가 있으신지 궁금해요.

현호

네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바이럴이 될 것이라는 전혀 예상을 못 했고 솔직히 혼자 조용히 할 생각이었어요. 그냥 할아버지가 근근하게 운영하는 느낌으로 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바이럴이 많이 되고 좋아해주셔서 감사하고 있습니다 진짜.


체감하는 변화는..원래는 동네 사랑방같은 느낌이었죠. 친한 친구들이 오기도 하고, 처음 뵙는 손님분들이랑 대화하면서 친구가 되기도 했는데 이제는 새로운 손님들이 많아서 그때 자주 와주셨던 단골 분들이 방앗간처럼 오긴 힘든 곳이 되었다는 게 조금 마음 쓰이긴 해요. 그래서 그분들이랑은 다른 카페에서 만난답니다.


Q13. 실질적으로 체감이 되는 부분도 있으세요?

현호

제일 큰 거는 매출의 변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여기가 워낙 조그마한 평수여서 드라마틱 하진 않아요. 아니면 가게가 좁다 보니 밖에서 웨이팅 하시는 손님이 생기거나 이런 게 조금 실질적으로 눈에 보이는 변화인 것 같아요. 지금 이렇게 MSG에서 인터뷰하러 와주신 것도 작은 변화이지 않나 싶습니다.

다해

여기저기서 전화가 많이 와요. 아니면 팝업 스토어나 콜라보를 해보자는 연락도 많이 주시는데, 최근엔 매장을 혼자 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병행하기엔 어려운 것 같아요. 해보고 싶긴 한데 물리적인 한계가 있어서 도전해보진 못했어요.


Q14. 그러니까요. 팝업도 많이들 하시더라구요.

현호

맞아요 둘이 같이 운영할 상황이 되면 서로 분업을 할 텐데 제가 계속 해외에 있다 보니까 그런 외부 활동을 따로 하기가 어려운 상황인 것 같습니다. 당장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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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하츠코히

Q15.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다해

사실 하츠코히는 여기저기에 홍보해보겠단 욕심은 없어요. 망원이라는 동네에 스며들어서 누구나 편하게 올 수 있는 그런 카페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는 다른 매장을 차릴 계획이 있어서 내년엔 하츠코히를 잠시 떠날 것 같아요. 원래 하시던 사장님이 다시 맡아서 할 계획이라…(현호 사장님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현호

아마 싹 개편이 될 겁니다. 제가 원래 요리를 못 해서 (현재 요리 메뉴들의 운명을) 잘 모르겠네요. 지금의 하츠코히가 아기자기한 느낌이었다면 다시 사랑방 같은 느낌으로 회귀하지 않을까요? 저는 손님들이랑 대화하는 걸 좋아해요. 아마 손님들이랑 친근하게 대화 나누면서 그냥 편하게 오셔서 커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보면 손님분들도 많이 와주시고 저도 해외에 많이 나가 있다 보니 소통할 기회가 좀 적었어요. 내년엔 다시 손님들이랑 수다도 많이 떨고 그런 가게가 될 것 같아요.


Q16. 요즘 꽂힌 미디어나 가게랑 어울리는 플레이리스트 곡 추천 부탁드려도 될까요?

다해

플레이리스트? 요즘에 꽂힌 미디어는 이혼숙려캠프. 나는솔로, 꼬꼬무?

현호

제가 떡볶이를 엄청 좋아해서..떡볶이랑 교촌치킨 같이 그거 먹으면서 하루 마무리하는 게 낙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예능 보고…

다해

궁금한 이야기 Y,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좋아해요.

현호

원래 방송 PD 되고 싶었대요. 약간 그런 거 좋아합니다. 요즘에 그리고 추천하는 플리?

다해

레이백

현호

우리 유튜브 플리중에 레이백이라고 있어요. 그분이 처음에 하츠코히 초창기에 오셔서 촬영을 한 번 하셨는데 그 분이 만들어주신 플레이리스트가 좋아요. 저희 가게랑 너무 잘 어울리고..

다해

하츠코이 OST!


Q17. 마지막으로 방문해주시는 손님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다해

저희 하츠코히를 와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뭐라고 말씀을…..


현호

저희 가게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닌데 기다려 주시는 분들께 너무 감사합니다. 정말 대단한 카페가 아닌데 손님들이 와주셔서 대단한 카페가 된 것 같습니다. 방문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먼 길 와주시느냐고 항상 너무 감사할 따름입니다. 앞으로도 많이 방문해주시고 오셔서 저희랑 대화 많이 나눠요. 저희 되게 열려있는 사람이니까 같이 대화하면서 재밌는 우리 가게만의 문화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


다해

저희가 좌석이 많지 않지만 좀 편하게 앉으실 수 있도록 매일 밤 생각하고 노력해서 매번 바꾸고 있답니다. 손님들 편의를 위해 생각도 많이 하고 노력도 많이 하고 있어요. 저희 예쁘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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