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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사탕 Feb 18. 2022

파커 J, 파머의 ‘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를 읽고

나이듦에 대하여

이 책의 부제가 ‘나이듦에 관한 일곱가지 프리즘’이다. 독서모임 책으로 시작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공감하고, 또 한편으로는 고개를 젓게 했다. 가장 좋았던 것은 제목에서 말하는 ‘가장자리’라는 말이었다. 인생의 한 복판에 서있다가 이제는 점점 가장자리로 밀려나는 것 같다고 생각했던 나는 책 제목을 보고 그런 뜻일까 생각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조금 다른 ‘가장자리‘가 느껴졌다.


어쩌면 오목한 놋대야처럼 청춘의 중심에 있을 때 깊이 볼 수 있고, 하고 싶은 것들에 더 열정적으로 매달렸을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들면서는 그 오목한 놋대야의 가장자리로 멀어지면서 이제는 위에서 내려다 볼 수도 있고, 전체를 볼 수도 있으며 한편으로는 나의 놋대야 뿐 아니라 바깥에 존재하는 다른 것들도 볼 수 있는 시야가 생겼다고 느껴졌다.


나이가 들면 모든 것이 쇠퇴한다. 그러나 적지 않은 혜택도 주어진다. 나는 멀티테스킹 능력을 잃어버렸다. 그러나 한 번에 한 가지 일을 하는 기쁨을 다시 발견하게 되었다. 생각의 속도는 좀 더뎌졌다. 그러나 경험이 생각을 더 깊고 풍요롭게 만들어주었다. 나는 크고 복잡한 프로젝트에 더 이상 관여하지 못한다. 그러나 단순한 것들의 사랑스러움에 더 눈길을 준다. 친구와의 대화, 숲속 산책, 일출과 일몰, 달콤한 밤잠 같은 것 말이다.(p14)


작가의 말처럼 나이가 든다는 것은 할 수 없는 것이 많아지는 대신 한가지 일을 하는 기쁨을 발견할 지도 모르겠다. 처음 나의 생각과는 반대의 느낌이지만, 어쨌든 단순한 것에 집중할 수 있는 것도 나이 들면서 얻을 수 있는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우리는 죽음에 관해서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다. 그러나 불가피한 것을 어떻게 끌어안을 수 있을지는 선택할 수 있다. 젊음을 예찬하고 나이듦을 폄하하며 죽음을 직면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문화에서 그런 선택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일몰을 지시하는 자연의 법칙은 우리의 종말도 지시한다. 그러나 그 일출과 일몰 사이의 활처럼 휘어진 길을 어떻게 여행할지는 우리의 선택이다. 부정할 것인가, 도전할 것인가, 아니면 협력할 것인가.(p17)


작가가 자신의 글에 관해 자세하게 설명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전체 내용을 다시 돌아보고 생각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한다. 전체 7장으로 1장에서는 가장자리의 시선, 여기서 내가 볼 수 있는 것, 2장 젊은이와 노인 : 세대의 춤. 3장 리얼해진다는 것 : 환상에서 실제로, 4장 일과 소명 : 삶에 대해 쓴다는 것, 5장 바깥으로 손을 뻗기 : 세상에 관여하며 살아가기, 6장 안쪽으로 손을 뻗기 : 자기 영혼에 관여하면서 살아가기, 7장 가장자리를 넘어 : 죽으면 어디로 가는가’ 이렇게 이야기가 펼쳐진다.


모든 것의 가장자리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 여기에 오기까지 일생이 걸렸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놀라운 풍경과 얼굴에 스치는 산들바람은 그 여행을 가치있게 해준다. 


의사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내 또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몇 가지 만성적인 건강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 그것이 내 생명을 당장 위협하진 않지만, 전문의를 더 자주 만나기 시작할 때, 특히 가족이나 친구나 동료가 병들어 죽어가는 것을 볼 때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나이 먹고 약해짐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나이먹고 약해지기 때문에, 나는 모든 것의 가장자리에 서서 종종 경외감에 사로잡힌다. (p29)


시작 부분만 언급하고 글이 터무니없이 길어지니 일단 여기서 한 번 마무리 지어야겠다. 쓰다보니 생각이 너무 많아지고 복잡해진다. 그저 단순한 나이듦에 대해서만 느끼고 싶었는데 말이다. 책의 앞부분 작가의 생각에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게 된다. 나이 오십이 넘어가는 지금 시점의 나이듦은 칠십을 지나면 또 많이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것 같다. 나이듦을 작가처럼 두려워하지 않고, 삶의 선물로 즐기고 감사하고 싶다. 작가는 ‘내 기대는 세상이 아닌 나 자신을 향해 있다.’라고 표현했다. 조금 더 용감해져서 나이 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나 자신을 바라보는 힘을 가질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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