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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사탕 Feb 18. 2022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 제 2장 돌봄 중


지난번 양희은의 노래 <엄마가 딸에게> 노래를 아빠와 아들이 부른 유튜브를 보고 글을 썼던 기억이 난다. 노래를 듣고 운 기억은 드문 편이라 한참 울고 나서 글을 썼었다. 부모와 자식이 서로 하고 싶은 말, 가슴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어떻게 전해야 할까에 관한 고민은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듣기만 해도 공감하는 부분인가보다. 이 책 처음 시작에도 같은 이야기가 쓰여져 있다. “내가 너에게 제일 많이 한 말이 뭐니?”라고 아이에게 물으면 우리 아이들은 무어라고 답할까?


노래 속 부모는 모든 말 접고 딱 이 한마디, 자식의 편에서 자식을 믿으며 어렵게, 그러나 간절히, 건내보는 겁니다. 너의 삶을 살라고.(중략)



자식에게서 “엄마, 참 좋은 엄마였어”라는 말을 듣는 것처럼 복된 일이 있을까요?

(p67)


작가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못해주었던 말, “아버지 존경합니다”라고 말하고 펑펑 울었고, 미리 그런 말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후회한다고 했다. 나의 부모님께 하지 못한 말, 어쩌면 듣고 싶으셨던 말이 아닐까 싶다. 나는 아이들에게 “엄마, 존경해요” 이런 말을 평생 한 번이라도 들을 수 있을까?


배추 절이기  

                                                           김태정



아침 일찍 다듬고 썰어서

소금을 뿌려놓은 배추가

저녁이 되도록 절여지지 않는다

소금을 덜 뿌렸나

애당초 너무 억센 배추를 골랐나

아니면 저도 무슨 삭이지 못할

시퍼런 상처라도 갖고 있는 걸까


점심 먹고 한 번

빨래하며 한 번

화장실 가며오며 또 한 번

소금도 가득 뿌려주었는데


한주먹 왕소금에도

상처는 좀체 절여지지 않아

갈수록 빳빳이 고개 쳐드는 슬픔

꼭 내 상처를 확인하는 것 같아


소금 한 주먹 더 뿌릴까 망설이다가

그만, 조금만 더 기다리자

제 스스로 제 성깔 잠재울 때까지

제 스스로 편안해질 때까지


상처를 헤집듯

배추를 뒤집으며

나는 그 날것의 자존심을

한 입 베물어본다



아들의 사춘기를 쳐다보는 내 마음이 딱 이랬다. 지금도 바라보고 있는 둘째 아들의 사춘기. 오늘도 자기가 하고 싶다고 억지로 등록한 태권도 학원을 열흘만에 안가고 버티면서 게임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허벅지를 찔러가며 기다렸다. 결국 시간이 되어서도 안가고 있어서 못참고 왜 안가냐고 물어보고 나서는 후회했다. 더 기다렸어야 했는데, 아니, 그냥 모른 척 했어야 했는데 말이다. 과연 나는 이 사춘기를 바라보면서 아들녀석이 백조로 성장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을까?



성장

                                                                                                                                이시영


바다가 가까워지자 어린 강물은 엄마 손을 더욱 꼭 그러쥔 채 놓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그만 거대한 파도의 뱃속으로 뛰어드는 꿈을 꾸다 엄마 손을 아득히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래 잘 가거라 내 아들아. 이제부터는 크고 다른 삶을 살아야 된단다. 엄마 강물은 새벽 강에 시린 몸을 한번 뒤채고는 오리처럼 곧 순한 머리를 돌려 반짝이는 은어들의 길을 따라 산골로 조용히 돌아왔습니다.


이랬어야 되지 않았나. 손을 꼭 잡은 채 한 순간도 놓치지 않으며 돌보던 우리 아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던 우리 아이,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래, 잘 가거라, 내 아들, 내 딸아’하며 이제부터는 너의 삶을 살라고, 품을 떠나가는 아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속울음 삼키며 단호히 돌아서야 하는 것. 자녀의 올곧은 성장을 위해 돌봄과 기다림과 떠남의 과정까지 감당해야 하는 것이 부모의 몫 아니었을까, 흐르는 강물처럼 말입니다. 그러면 어린 강물은 기억할 것입니다. 엄마는 참 좋은 엄마 였다고, 그리고 아빠를 존경한다고.

(p80)


정말 나도 이랬으면 좋겠다. 이렇게 어느 순간 단호하게 돌아서야 한다. 그렇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금은 기다려야 한다. 그 기다림이 너무 어렵다는 것만 지금 나는 중얼거릴 수 있다. 좋은 엄마였다고 말하는 것까지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냥 잘 자랐다고 토닥토닥 할 수만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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