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복수 주식회사를 읽고
이 책의 작가 요나스 요나손은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라는 책을 쓴 사람이다. 100세 노인 책을 읽었다면 이 작가의 문체나, 이야기 전개 방식을 알고 이 책의 두꺼운 두께에 걱정이 아닌 ‘와~’ 하고 탄성을 지르면서 책 읽기를 시작했을 것 같다. 제목도 흥미진진하다.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복수를 하는 것이 달콤할 수 있다는 것도 신기하고, 그런 복수를 해주는 회사가 있다는 것도 신기하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그런 복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씩은 다 해보지 않았을까?
이유 없이 나를 괴롭히는 상사, 혹은 주변 친구, 옆집이나 이웃사람, 거래처 사람 등 나를 괴롭히는 사람에게 ‘아, 저사람이 고생하는 꼴을 꼭 보고 싶다’ 이렇게 생각하는 경우 말이다. 그런 분이 있다면 이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에 전화를 걸면 된다. 사장이면서 영업사원이면서 동시에 회계까지 다 맡아서 하는 회사다. 간단한 복수부터 복잡한 복수까지 터무니없거나, 법에 크게 저촉되지만 않으면 맡길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신기한 것은 인물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 인물들이 하나씩 만나고 얽혀서 결국 전체가 하나로 연결되는 것이다. 처음 등장하는 인물은 올레 음바티안으로 케냐 사바나의 치유사이고, 두 번째 등장하는 인물은 빅토르, 스톡홀름에서 성공을 꿈꾸면서 알데르헤임이라는 미술 겔러리 주인을 구워 삶아 그의 어린 딸 옌뉘와 결혼하여 미술관을 차지하는 야망을 가진 사람이다. 그리고, 빅토르의 숨겨진 아들인 케빈으로 성인이 되자마자 케냐에 데리고 가서 그를 길에 버려두고 가버려 올레 음바티안의 양아들이 된다.
케빈이 올레 음바티안에게 구출되어 케냐에서의 부족의 삶에 잘 적응하고 몇 년을 멋지게 아들로서 살다가 할례받는 것이 무서워서 아버지의 그림 두 점을 훔쳐서 다시 스웨덴으로 도망가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거기서 케빈은 빅토르와 결혼했다가 모든 것을 다 빼앗기고 이혼한 옌뉘와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돈도 없고, 가난한데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라는 간판을 보고 의뢰를 하러 들어간다. 이 회사는 후고라는 전략가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만든 회사. 혼자 만들었으면서 본사가 스톡홀롬에 있고 지사가 전 세계에 있는 것처럼 사람들에게 어필해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곳이다. 케빈과 옌뉘가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에 거의 공짜로 근무하면서 아버지이자, 남편이었던 빅토르에게 복수를 의뢰한 것이 전체 중심이다.
이 복수에 이용되었던 케빈이 훔쳐온 두 점의 그림이 가짜인줄 알았는데 이르마 스턴이라고 하는 엄청나게 유명하고 고가인 작품이었던 것이 사건을 반전으로 뒤집는다. 빅토르를 골탕먹이려다 그림까지 넘겨준 상황. 이 커플과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의 CEO인 후고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라고 하니 떠오르는 것, 나도 누군가에게 복수를 의뢰한다면 어떤 것을 생각해낼까? 곰곰이 생각하니 복수하고 싶은 사람이 떠오른다. 과거에 나를 괴롭혔던 상사. 지금 다시 돌아돌아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근무하면서 가끔 만나게 된 이 상사에게 놀랠만한 무언가를 보내달라고 한 번 의뢰해 보고 싶다. 아, 비싼 돈이 든다면 그것조차도 아까울 만한 사람이라 한 번 망설일 것 같다.
누구에게나 이런 복수하고 싶은 사람이 있지 않을까?
소설속에 등장하는 이르마 스턴이라는 화가는 실제로 존재하는 독일계 유대인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활동한 유명한 화가라고 한다. 이야기 속의 화가가 실재로 있었다고 하니 그것도 신기했다. 이야기 속 악당인 빅토르가 결국 죽게 되는 상황도 흥미진진하다. 사실 살인이라고 하면 무섭기도 하고, 처벌 때문에 걱정이 되기도 할텐데, 작가는 이런 상황조차 유머를 잔뜩 담아서 유쾌하게 사건을 전개한다. 어쩌면 그런 작가의 필력 때문에 이 두꺼운 책도 몇 시간만에 후다닥 읽어낼 수 있는 것 같다.
낯선 나라의 이야기이고, 등장하는 인물도 복잡하지만 사건의 연결도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마지막 이야기까지 ‘하!’ 소리를 절로 내게 만드는 작가의 상상력이 정말 대단하다. 다시 케냐로 돌아간 올레 음바티안은 원주민들이 사는 마을을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만들어낸다. 그런데 그 과정이 터무니없기보다, 흥미진진하고 신난다. 작가의 상상력은 끝없이 펼쳐지고 그렇게 만들어진 상상의 바다를 이리 저리 헤엄치며 구경하는 것이 점점 더 힘이나니 말이다.
마지막,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케빈에게 죽은 빅토르가 남긴 엄청난 유산, 그 이르마의 그림 2점은 새로운 국면을 가져온다.
그림 두 점과 거기에 동반된 문화적 보물인 서신과 사진들은 모두 1209만 파운드라는 센세이셔널한 가격에 팔렸다.
스웨덴 크로나로는 1억 5천만이었다.
달러로는 1천5백만이 조금 넘었다.
대한민국 돈으로는 175억 원이었다.
소로 따지자면 1만 5천마리였다.
변화는 돈 뿐 아니라, 추장의 마을에 여성의원도 등장하게 되고, 다수결로 마을을 다스리게 되는 의회도 만들어진다. 그리고 옌뉘와 케빈의 아이 ‘이르마’도 태어나게 되고.
나는 다른 주인공들도 흥미로웠지만 후고의 미래 사업이 궁금했다. 꼭 저렴한 가격에 달콤한 복수를 해달라고 부탁하려면 후고를 만나러 케냐로 출발을 해야 할 것 같다. 거기서 현대식으로 변한 원주민 마을도 구경하고, 핸드폰을 사용하는 부족들과 이야기도 나누면 어떨까? 상상만 해도 웃음이 터져나온다. 아, 작가의 이런 상상력을 사달라고 하는 것도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에서는 가능한 의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