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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사탕 Aug 28. 2021

내가 만약 복제인간이라면?

(임은하의 ‘복제인간 윤봉구’를 읽고)


책 표지에 어린이 심사위원의 강력 추천 글이 있어서 궁금했다. 아이들이 직접 심사해서 뽑은 글은 어떤 내용, 어떤 흐름으로 전개될까? 복제인간 윤봉구는 글씨가 약간 작고 내용이 긴 편이어서 고학년 동화로 분류해야 할 것 같다. 5, 6학년 친구들이 읽으면 공감하는 부분이 많을 것 같다. 등장인물 소개도 재미있고, 무엇보다 책 내용과 그림이 잘 맞아서 그림을 보면서 내용을 상상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주인공 봉구는 짜장면을 엄청 좋아해서 유명한 짜장면집을 직접 가보고, 제일 맛있는 짜장면집을 찾아냈다. 일명 짜장면 덕후, 그렇게 발견한 진짜루에서 돈을 받지 않고 일을 배우는 아르바이트를 한다. 5학년 봉구는 야채를 볶고 춘장을 넣어서 짜장면을 만드는 것까지 사장님만큼은 아니어도 제법 만들어 내는 재주꾼이다. 아니, 어쩌면 재주가 있다기 보다 좋아하는 것에 열정을 가지고 노력한다고 하는 것이 맞을까?



런 봉구에게 비밀이 있다. 봉구가 복제인간이라는 것. 엄마는 성공확률이 0.004%밖에 되지 않는 복제수정란 실험을 해서 봉구가 세상에 태어나도록 했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형의 체세포 핵을 추출해서 복제수정란을 만들어, 복제인간 봉구를 만들어낸 것이다. 봉구는 눈물은 어느 순간부터 나오지 않고, 눈물이 필요한 때 재채기를 한다. 형과는 가끔 싸우지만 사이가 좋은 편이다. 일년쯤 전에 엄마의 컴퓨터를 몰래 사용하다가 이모와 주고받은 메일을 읽고 봉구가 복제인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만약, 이 세상에 나의 복제인간이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형과 봉구는 머리 스타일만 완전히 다를 뿐 얼굴이 거의 똑같아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여튼, 이런 봉구가 복제인간이라는 것을 누군가가 알게 되면서 여러 가지 사건이 펼쳐진다. 심장이 좋지 않아 2번이나 수술한 형, 진짜루의 주방장이자 예전에는 기자였던 아저씨, 그리고 봉구가 복제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된 딸 소라, 진짜 주방장인 진짜루의 회장님, 엄마가 봉구를 만들 때 도와주었던 의사인 이모 등 주인공들 사이의 여러 가지 사건이 펼쳐진다. 봉구가 가족으로 함께 하는 의미, 진짜루의 회장님이 TV에 등장하게 된 사건, 형이 아파서 병원에 간 동안 봉구가 겪는 이틀 동안의 방황, 진짜루 사장님의 고백 등을 통해 봉구는 모든 과정을 잘 이겨내고 자리로 돌아온다.



진짜 회장님에게 짜장면 만들기를 배우기 시작한 봉구, 양파를 제대로 썰지 못했다고 ‘짐싸’라고 소리지르는 회장님에게 매달리며 오늘도 양파 썰기를 열심히 연습하는 봉구가 정말 멋지다. 내가 누구인지 알아가는 과정의 5,6학년 친구들이 봉구를 보면서 자신이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나의 부모님은 나에게 어떤 마음인지 여러 가지 것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아이들이 느끼는 것과 어른들이 읽는 것과는 보는 관점이 천지차이라는 것은 당연하다.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담고 있는 다양한 메시지들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이해될지 궁금하다. 어렵거나, 답답할 수도 있는 복잡한 주제들이 이렇게 이야기 속에 잘 녹아들어서 독자에게 전혀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다는 것도 좋다. 이런 책을 쓸 수 있는 내공이 나에게도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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