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앨범 가편집본이 도착했다.
무심한 척 했지만 오랜만에 담임이라, 그래도 한 컷 실리는데 예쁘게 실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고,
그래서 촬영날 아침부터 꽤나 찍어 발랐던 기억이 있다.
'그래, 평소보단 내가 공을 더 들였으니...'
기대감을 갖고 펼쳐본 페이지에
언제나 그렇듯 기대 이하의 내 얼굴이, 어정쩡하게 웃고 있다.
어릴 때 '아빠는 언제 웃나?'를 궁금해 한 적이 있다.
봉숭아학당을 같이 볼 때면 맹구의 처절한 몸개그에 도저히 웃지 않을 수 없는 때가 있다.
그럴 때 옆을 보면 엄마는 아예 박수를 치며 포복절도 하는 것에 비해, 아빠는 분명 웃었다가 이내 누가 보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입을 다시 다물곤 하셨다.
이마에 세로줄이 내 천(川) 자보다도 더 많이 그려진 아빠를 볼 때면 저렇게 웃음이 없는 사람도 있구나 싶었다.
그 시절 아버지의 나이쯤 되고 보니 나도 어느새 크게 웃는 법을 잊은 듯하다.
얼마 전 티브이를 같이 보던 둘째가 나보고 "엄마는 왜 안 웃어?"라고 물었던 날, 봉숭아학당을 시청하던 어린 날의 단칸방이 불쑥 떠올랐다.
아이의 물음에 마땅한 답이 없었다.
팔자주름이 걱정이기도 하고,
봉숭아학당만큼 재미 있는 게 없기도 하고,
어쩌면 자식들과 예능을 보는 순간에도 '저이는 꼭 저렇게 남을 무안주더라.'와 같은 프로불편러가 된 탓도 있는데 그 중 무엇을 답해도 둘째에겐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을 말들이니, 적당히 "난 별로..."라고 하고 말았다.
'아빠도 그랬을까?
온전히 무엇 하나를 그 순간에 취해 즐길 수가 없는 마음이었을까?'
어느새 티브이는 예능인의 말 실수를 놓치지 않고 자막과 함께 몇 번을 되풀이하며 장면의 희극성을 극대화했다. 드디어 나도 참을 수 없을 만큼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이들 말로는 최근 몇 년만에 엄마가 가장 많이 웃는 것 같다고도 했다.
한참 배를 접어가며 웃다보니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어라. 웬 눈물?'
분명 우스워서 웃고 있었는데 근육의 움직임 때문인지, 겨우 40넘은 내가 주제 넘게 노화의 한 현상을 겪고 있는 건지...
단순 눈물인 줄 알았는데 코끝이 찡해지는가 싶더니 정말로 슬픈 감정이 밀려오고, 눈물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난 안 슬프다고!!!'
'아니야,
슬픈가?'
'웃음과 눈물은 같은 발원지에서 출발하는 건가?'
오늘도 나는 어설프게 나의 심리 상태와 불안을 진단해 본다.
계절성 우울증과 저기압, PMS 증후군이 겹쳐 상당히 복잡한 감정 상태로 보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