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없음은 존재의 그늘이다

by 이소

덧없음은 존재의 그늘이다


모든 존재는 결국 사라지기 위해 태어난다.


그러나 사라짐은 무無가 아니다.
덧없음은 있음이 지나간 자리,
시간이 흔적으로 남긴 빛의 궤도다.


우리는 영원을 소망하지만,
사실 영원은 그 자체로 아무 의미도 갖지 못한다.


의미란 ‘끝이 있음’을 전제로 하기에,
덧없음은 오히려 모든 의미의 출발점이다.


꽃이 피고 진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사이에 내가 그것을 바라보았다는 사실.


그 바라봄 속에서
나는 시간과 교차하고, 존재의 흔적을 이해하게 된다.

덧없음은 우리를 무기력하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지금 여기를 살아내게 하는 윤리다.
남지 않음을 알기에, 우리는 사랑한다.
되돌릴 수 없음을 알기에, 우리는 기억한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그러나 지나감이야말로, 존재가 존재였음을 증명하는
가장 명징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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