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의 말들"

우리는 왜 회피할까.

by 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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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회피할까.
피하고, 미루고, 돌아서고—
때로는 스스로도 이유를 알지 못한 채.


그건 약함 때문만은 아니다.
어쩌면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부딪혔을 때의 무게,
진실을 마주했을 때 감당해야 할 모든 것의 깊이를
이미 짐작하고 있기 때문에.


회피는 두려움의 또 다른 언어다.


다만 그 두려움은 항상 겁쟁이의 표정만은 아니다.
상처를 최소화하려는 계산,
혹은 상대를 다치게 하지 않으려는 배려,
혹은 자기 자신조차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내면의 흐릿한 얼굴.

회피는 부재로 말하는 감정이다.


말하지 않음으로,
가까이 가지 않음으로,
그러나 그 거리에서조차
우리 마음은 여전히 그 문제를 중심으로 선회한다.


회피는 끝이 아니다.


그건 아직 준비되지 않은 ‘마주함’이다.


우리는 모두,
정면으로 바라보기까지
조금의 시간이 필요한 존재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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