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식의 일기

애순에게

by 이소


그대,

당신은 알았을까.

내가 처음 당신을 본 날부터

마지막 숨을 쉬는 이 순간까지,

당신만을 바라봤다는 걸.

사람들은 내게 말하곤 했어요.

“관식이, 무슨 재미로 사냐.”

그럴 땐 그냥 웃었지.

그들이 몰랐던 건

나는 당신이 웃는 얼굴 한 번이면

인생이 다 찬란해졌다는 것.


어릴 때부터 당신을 좋아했고,

세상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마다

나는 다시 돌아가 당신 손을 붙잡았어요.

말이 많지 않은 사람이었지만

당신 앞에서는 꼭 말하고 싶었어요.

“애순아, 나 너 진짜 사랑한다.”

그 말, 참 많이 했지.


그리고 금명이.

내가 살아 있는 동안

가장 많이 생각한 사람.

가장 많이 기도한 사람.

가장 많이 두려워했던 사람.

혹시라도 세상이 우리 애를 꺾어버릴까 봐

늘 먼저 막아 서고,

늘 먼저 상처받는 연습을 했어요.


새벽에 배를 몰고

금명이 눈에 일출을 담아주려 했던 그날,

나는 기도했어요.

“얘는 나처럼 살지 말게 해달라”고.

세상이 금명이를 못 알아봐도

그 애는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애순아,

나 지금 많이 아프다.

이제는 몸이 아니라

당신이 없는 세상이 아파요.


죽는 게 무섭지는 않아요.

당신하고 금명이 은명이가 잘 지내준다면,

나는 그걸로 족하오.

단지

당신 손 한번만 더 잡고 싶어요.


나는 당신 옆에 있을 때,

늘 따뜻했어요.

그 따뜻함이

내 인생의 전부였어요.


나는 많이 가진 남자는 아니었지만

당신을 가진 사람이었고,

금명이 아빠로 불린 사람이었어요.


그거면 됐습니다.

나는 잘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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